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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러인 우리 부부는 뭐든 1인분을 함께 먹고 산다..

2화, 소식러.. 우리 부부는 무슨 음식이든 1인분을 함께 먹는다..


무자식, 소식러, 주당 부부이야기 시즌2


2화, 소식러.. 우리 부부는 무슨 음식이든 1인분을 함께 먹고 산다..


*


참고로 나는 187.7cm의 키에 60kg 밖에 나가지 않는 다소 불쌍해 보이는 체격의 40대 후반 아저씨이다..

(58kg까지 빠졌다가 그나마 조금 찐.. 마누라 몸무게와 별반 차이가 없..)


우리 부부는 둘다 주말과 평일 저녁에는 밥 등 탄수화물을 아예 먹지 않고 서로가 좋아하는 안주와 함께 매일 '오이소주'를 마신다.


왜 밥을 먹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그냥 먹기 싫기 때문'이지 뭔가 특별한 이유가 없다..


왜 맨날 술을 마시냐고 물어보면 '그냥 먹고 싶기 때문'이지 뭔가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리고 둘다  먹는 양이 적어 라면 하나를 끓여서 같이 나눠 먹으면 그 양이 딱 맞는다.


어쩌다 한번 밖에 나가 외식을 하게 되면 국수든, 냉면이든, 라면이든, 우동이든, 김밥이든, 돈까스든... 뭐든지 1인분주문해서 나눠 먹으면 둘이서 배불리 먹을 수가 있다.

(심지어 둘이 한그릇을 다 못 먹고 남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번은 일식집에서 냉모밀 정식 1세트를 시켰는데 둘이서 냉모밀 한그릇을 먹다가 남기고 사이드로 나온 돈까스와 야채 튀김은 고스란히 포장해 온 적이 있다.


쌀 10kg를 사면 둘이서 석달은 충분히 먹을 수 있으니 확실히 밥값은 안들어가는 부부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술값이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밖에 나가 먹는 것이 아니라 마트에서 2L짜리 대용량 소주를 사와 집에서만 먹는 것이니 사실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또한 우리 부부는 탄수화물 뿐만 아니라 둘다 빵과 떡, 밀가루를 선호하지 않아서 피자를 먹을땐 도우를 떼어내고 토핑만,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먹을땐 빵을 떼어내고 내용물만 먹는다.

(심지어 마누라는 초밥을 먹어도 회만 떼어내고 먹..)


콩과 팥도 싫어해서 동짓날이 되어도 팥죽 따위는 먹지 않고 콩국수, 팥칼국수, 팥빵, 팥떡을 먹지 않는다.



이외 우리 부부가 같이 싫어하는 음식들로는.. 

옥수수, 군만두, 낫또, 감자전, 까르보나라, 크림파스타. 누룽지, 강냉이, 건빵, 꽃빵, 숭늉, 아보카도, 생강차, 순대 허파, 닭껍질/닭목/닭날개, 건포도, 순수 밀가루 식빵, 깐 멍게, 라면에 치즈, 꽈배기, 굴비, 땅콩잼, 연근, 전어회, 병어회, 고추잡채, 리조또, 전병, 고구마맛탕 등이 있다.

(뱀, 개고기 등 혐오 음식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우리 부부에게도 나름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고 싫어하는 음식을 먹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인데 이를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그들이 이상하게 보인다.

(외계인 아님)


우리 부부의 상에는 항상 서로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소량으로 차려져 있다.

(참고로 우리 집에도 식탁은 있지만 거실에서 상을 펴놓고 식사를 하고 있다.)


무자식, 소식러, 주당인 우리 부부는 오늘도 소식을 하며 당신의 곁에서 소소하게나마 잘 살아가고 있다.

(맨 마지막 사진 : 마누라가 김밥 한조각 먹다가 밥만 남긴.jpg)


p.s. 자, 오늘 저녁 여러분의 식탁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차려져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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