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2022.6.29~7.1.와이프가 외할머니를 잃은 슬픔에 빠지다.
2022.6.28일,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 중이셨던 처조모님(처가댁 외할머니)께서 향년 92세의 연세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다.
대장암이 폐렴으로 번져서 이미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회사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와이프를 데리고 장례식장에 가던 도중 오늘은 찾아오지 말고 내일 아침부터 조문을 시작한다는 장모님의 연락을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 멍해져 있는 와이프를 안아주었다.
부디 천국에서 아픔없이 편히 쉬시기를..
처조모님 살아계실 때 와이프와 한번 더 찾아뵙지 못해 송구합니다..
아래는 와이프가 쓴 외할머니 추모의 글이다.
할머니... 할머니...
정말 이 세상에 없으신 건가요?
해드리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너무 황당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요...
그래도 할머니 상 치를 동안은 울지 않게 지켜주세요!!!
울 엄마 내가 지켜드려야 하니까요...
할머니...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신 내 할머니...
천국에서 행복하게 웃으세요~
업무 종료가 늦어져 일찍 퇴근하고 장례식장에 가기로 했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장례식장에 갔던 와이프를 처가댁 부모님들께서 우리 집까지 픽업을 해주시기로 했고 나는 곧바로 집으로 가기로 했다.
대신 내일 아침, 회사에 반차를 내고 발인식에 와이프와 함께 가기로 했다.
외할머니와 아버지를 잃고 두번의 아픔을 먼저 겪은 나로서도 이럴 때는 아무 말 없이 와이프가 하고 싶은 얘기를 조용히 잘 들어주고 그 아픈 마음을 잘 어루만져 주는 것만이 상책이리라.
부디 와이프가 너무 많이 힘들어 하지 않고 잘 버티고 받아들이면서 잘 떠나 보내드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6월의 마지막 날이자 처조모님 발인식이 있는 날이다.
회사에는 미리 반차를 내어두고 와이프와 함께 10시까지 장례식장에 가서 11시반 발인 예배를 드리고 1시까지 회사로 복귀해야 한다.
새벽에도 비가 많이 왔고 옥상 물빠짐 배수관이 막혔는지 괴물 같은 소리에 놀라 와이프도 잠을 설쳤다.
빌라 단톡방을 살펴보니 낙엽과 이물질들이 배수구를 완전히 막아서 옥상이 물바다가 되었다 빌라 반장님이 이물질들을 걷어내자 이제서야 제대로 물이 빠진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반장님의 노고 덕분에 다시 빌라에 평화가 찾아 왔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8시 50분에 출발..
새벽부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5시반부터 동부간선도로, 잠수교 등 도로 곳곳이 전면 통제가 되었고 내부순환로를 올라탔다는 것이 우리 부부의 패착이 되었다.
정릉쪽으로 빠져 나가는 500m를 통과하기까지 30여분 이상이 소요되었다.
10시 40분, 대략 2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장례식장에 도착했고 처가댁 부모님들께서도 방금 전에 도착하셨다고 한다.
11시쯤 도착하신다던 처남 형님과 교회분들께서도 11시반이 되어서야 도착하셨고.. 다행히 발인 예배를 예정대로 11시반경에 진행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참석하지 못한 처형께서 내게 발인 예배를 동영상으로나마 보고 싶다 하시어 나는 맨 뒤에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쪽방으로 들어가 발인 예배 전과정을 핸드폰으로 촬영했다.
그렇게 발인 예배를 마친 나는 회사에서 2시에 중요한 줌회의가 있어서 회사로 갈 수 밖에 없었고 모든 친척분들과 인사를 나눈 후 운구 행렬 맨 뒤에서 따라나서다 버스에 오르기 전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와 12시에 회사로 출발하였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도로가 막히지 않아 1시간반 걸려 1시 40분에 사무실로 복귀하고 2시부터 줌회의를 1시간반에 걸쳐 잘 진행하였다.
4시반에 모든 장례 절차를 마친 뒤 와이프가 부모님 차를 얻어 타고 이제 집으로 출발했다며 전화를 하였고 5시반에 집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을 주었다.
나도 남은 오후 업무들을 정리하고 6시반 전에 퇴근을 했지만 차들이 많이 막혀서 8시 가까이 되어 집으로 들어왔다.
"장례식에 끝까지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마눌~"
새벽 6시도 전에 눈이 떠져 일어났더니 와이프가 밤새도록 잠을 안자고 뜬 눈으로 버티고 있었다.
어제까지 처가댁 외할머니 장례식을 치르느라 힘들었을텐데 걱정이 되어서 왜 잠을 자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잠이 안오네요.."라고 맥이 풀린 듯이 답을 한다.
그토록 사랑했던 외할머니를 생전에 한번이라도 더 찾아뵙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그 상실감이 어떠한지는 나 또한 12년 전에 똑같이 겪었던 일이었으니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럴땐 내가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냥 옆에서 가만히 토닥토닥 해주는 수 밖에.. 열마디, 백마디가 다 소용이 없는 노릇이고 지금은 시간만이 약인 상황이다.
주말에 와이프와 병원에 갔다가 바람이라도 쐬어주러 드라이브를 다녀와야겠다.
출근길에 한시간 동안 와이프와 통화를 하고 차가 많이 막혔지만 8시반에 회사 도착, 금요일이자 7월의 첫날 하루 일과를 시작해 본다.
오전 업무 후 점심을 먹고 와이프와 통화를 마치면서 이제부터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두고 잘거라며 본인이 일어나면 연락을 할테니 나더러 먼저 전화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 푹자고.. 오늘은 내가 다신 연락하지 않으마~"
1시에 사장님과 함께 출장을 나가 대형 프로젝트 계약 체결 후 회사로 돌아오니 4시.. 복귀 후 그 많았던 업무들을 모두 처리하고 7시가 넘어 퇴근을 했다.
이제부터 주말이 시작된다.
와이프는 여태 자고 있는지 연락이 없다가 차를 타고 집으로 막 출발하려는데 타이밍 좋게 전화가 걸려 왔다. 와이프다!!
"반갑다, 마눌~"
그동안 잘 잤는지 물어보니 약 4시간 정도 기절해서 잘 잤다고 한다. 그 정도면 됐다, 모자란 잠은 오늘 일찍 잘 자서 보충을 하면 된다.
석양이 이쁘게 지고 있는 퇴근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오늘의 저녁 한상은 갈비찜과 물냉면으로 준비해봤다.
갈비찜을 종이컵에 넣어서 먹으면 설거지 안해서 좋고 갈비찜 한조각을 안주로 하여 나혼자 여러 번에 나눠 다 먹으면 한조각씩 렌지에 따뜻하게 들려서 먹기도 좋다.
시판 물냉면은 1/2인분만 만들어서 우리 부부가 둘이서 나눠 먹기에 딱 알맞은 양이다.
우리는 둘다 양이 적어서 소식하는 부부니깐!!
10시반, 중간에 줌미팅이 있었지만 2시간 동안 물냉면 조금과 갈비찜 두조각을 클리어 하고 세번째 조각을 리필해 왔다.
와이프는 먹다 남은 냉면을 과감히 포기하고 종지 그릇에 죽을 좀 담아 와서는 후식으로 먹겠다고 한다.
중간중간에 깻잎 절임을 곁들여 느끼함도 잡아주고 딱 안성맞춤인 저녁 한상이 되었다.
나도 세번째 갈비찜을 마지막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해봐야겠다.
"마누라~ 큰 일 치르느라 고생 많았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