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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Oct 05. 2023

장남이 자식과 맞바꾼 편안한 인생이란:쉰둥인 이제 그만

60화, 2022.9.3. 40대 후반 아저씨가 구두를 주문하는 방법


60화, 2022.9.3. 40대 후반 아저씨가 구두를 주문하는 방법

무자식 소식러 주당 부부이야기=무소주부


토요일인 오늘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막걸리로 혼술 한잔 하며 TV를 보다가 홈쇼핑에서 '리파인 소가죽 밸런스화' 광고를 보고 혹~하는 마음에 전화해서 곧바로 주문을 해두었다.


1. 신던 구두가 너무 낡아서 대략 1년전부터 '하나 사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고..


2. 어제도 마누라더러 구두를 찾아봐 달라고 하여 2개를 추천 받았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가 않았고..


3. 정가 30몇만원에서 89,000원으로 할인도 해주고..(3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고.. 중년 남성 정장 구두로 이 정도면 무난하게 착한 가격이리라..)


4. 다음 주 추석을 앞둔 상황에서 빠른 배송도 가능하고..


5. 디자인을 따지던 내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발건강에 좋은 기능'을 따지게 되어 주문을 하게 되었다.


'이 정도면 꽤나 명분도 훌륭하고 좋은 제품을 싸게 잘 산 것이다..'라고 스스로를 칭찬해본다.

(나이 들다보면 당신도 비슷해질 수 있음 주의..)


...


270mm로 주문을 했다가 아무래도 좀 작아서 불편할 듯 하여 275mm로 교환을 했는데.. 그 전화 소리에 마누라가 잠시 깨서 "뭘 교환을 한 것이냐?"며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대답을 듣더니 이내 다시 잠들어버렸다.


'쳇, 일어난 김에 같이 좀 놀아주다 자면 좋으련만..'


(홈쇼핑에서 몇번 좋지않은 일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주문을 하며 이번에는 부디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랬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막걸리 몇잔을 더 마시다 벌써 8시가 다 되어 나도 이제 그만 한숨 자보기로 했다.


(자는 중..)




[무소주부] 장남이 자식과 맞바꾼 편안한 인생이란..? (쉰둥이 낳으란 말씀은 이제 그만..)


이번엔 마누라가 먼저 잠이 깨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9시반, 대략 한시간반 동안 자고 일어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토요일 하루를 시작해본다.


언제나 주말 아침은 마누라와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고 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부부의 생필품인 2L 대용량 소주도 3개 사고.. 마누라가 갑자기 먹고 싶다는 번데기도 사고.. 뭐 이것저것 장을 보고 돌아와 아침 한상을 준비하고 나니 10시반, 슬슬 모닝 술한잔을 해보기로 했다.



사랑과 전쟁을 보면서 "보고 나서 눈물이 나오면 예술이고, 군침이 나오면 외설"이란 농담섞인 대사가 나오는데.. 나는 예술을 봐도 눈물이 안나오고 외설을 봐도 군침이 안나오니 조만간 병원에 가서 비정상인지 검사를 받아봐야겠다.


돈을 뜯어내기 위해 원조 교제를 반복적으로 하다가 경찰 수사에 잡힌 여자나, 그런 여자와 미성년자인지 모르고 같이 놀아난 유부남이나..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생기기 마련이겠지..'


인생 한방에 훅 가기 전에 부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았으면 좋겠다!!




"힘찬 홍삼 먹고 힘 좀 내보자!!"..는 개뿔, 2시에 결국 난 뻗어 버렸고 마누라는 혼자서 꽃단장 하고 매주 토요일마다 교회에 나가 '생명의 삶'이라는 교육을 받기 위해 홀로 다녀왔다.


5시에 일어났더니 마누라가 쉬는 시간이라며 전화가 왔는데 6시 마칠 때 데려다 줄까 물었더니 운동을 할 겸 혼자 걸어서 오겠다고 한다.


"마눌은 그리하라~"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준다고 하였으나 됐고 그냥 외로우니 빨리 오시기나 하라고 했다.


마누라 없는 약 3~4시간 동안 나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내겐 매주 토요일마다 주어진다. 다른 남자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 일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왜 마누라가 없으면 나 혼자선 뭘 해도 심심하고 재미가 없을까..



6시반, 나는 다음 주부터 새로운 투자를 위한 컨설팅을 받았고 마누라는 집에 와서 저녁 술상을 준비했다.


오늘의 저녁 술상은 삼겹살 대신 이번 한주 동안 먹다 남은 김치찌개와 잔반 처리를 해야한다.

참 밥값 안들어가는 우리 부부이다..


오랜만에 경상도에 살고 있는 친한 형님과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한참 통화를 했고 마누라도 9시경에 프랑스에 살고 계신 처형에게 화상전화가 걸려와 한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그 사이 나는 사랑과 전쟁을 보며 남은 음식들을 힘들게 거의 다 먹어 치우고 나니 10시.. 이제 한시간 정도 '라스트 술~'을 한잔 더 하고 어여 자봐야겠다.



내일은 인천가족공원에 계신 아버님께 가서 꽃을 갈아 드리고 김포에 있는 쌍둥이네 들러 돌반지와 선물을 전해주고 와야 하니 둘다 일찍 푹 셔야한다.


무자식 소식러 주당인 우리 부부는 이만하면 꽤나 잘 보낸 토요일이다.

우린 없는 자식 대신 주중이든 주말이든 매일같이 소량의 안주&대량의 소주와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장남인 내게 자식과 맞바꾼 편안한 인생이란..?


우리 부부야 아무리 노력을 했어도 자식이 생기지 않다보니 애들한테 시달릴 일도 없고.. 둘이서 죽이 잘 맞으니 나름 인생을 참 편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우리 부부는 양가 집안 어르신들께 "쉰둥이도 낳는다!!"는 말씀을 주기적으로 새겨 들으면서 잘 살아가면 된다......


남동생이 결혼 후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으며 잘 살고 있어 대가 끊어진 것은 아니니 다행이고.. 처가댁에도 막내딸인 마누라 위로 큰언니네가 딸/아들 하나씩을, 오빠네도 딸 하나를 두고 잘 살고 있으니 이제 저희는 그만 놓아주실 때도 되셨잖아요~^^?


쉰둥이도 낳는다며 아직도 우리 부부 사이의 자식을 바라는 양가 부모님들께는 항상 이렇게 말씀을 드리곤 한다.


"만약에 이 사람이 지금 임신을 한다면 세 명이 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 아이.. 그리고 저.. 저흰 그냥 둘이서 지금처럼 알콩달콩 잘 살아 보겠습니다~" 라고 말이다..

(나.. 둘이 살래에에~~~)


2022년, 올해 나이 46세로 곧 쉰살을 바라보는 동갑내기인 '무자식 소식러 주당 부부'가 살아가는 현실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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