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놀면 뭐해? 술먹지~' 무소주부의 이틀간 인천 술행기

68화, 2022.9.10~11. 추석연휴, 인천 여행 1박 2일


'놀면 뭐해? 술먹지~'

68화, 자식 식러  부의 이틀간 인천 행기



2022. 9. 10. 인천 행 1일차~


추석연휴, 어제 미리 양가 부모님댁에 인사를 다녀왔으니 오늘은 마누라와 1박 2일로 인천 여행술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자식이 없으니 한쪽에서 어딜 가자고 하면 그냥 나가 술한잔 먹고 오면 그만이다.)


7시에 둘다 일어나서 나는 낙지젓갈 조금&맥스봉 소세지로.. 마누라는 언제나처럼 사과 1/4 조각으로 깔끔하게 모닝 소주 한잔~


한숨 자고 일어나니 11시, 자 이제는 슬슬 본격적인 행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2시에 인천 도착, 신포시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저녁에 둘이서 안주로 나눠 먹을 오뎅꼬치 하나구입.

(우리가 자주 가던 닭강정집도, 순대집도 추석연휴에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원래 계획했던 신포동 조개찜을 패스하고 개항시절 1962년부터 3대째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진흥각'이라는 중국집에 가서 나는 간짜장을.. 마누라는 매운 삼선짬뽕을.. 그리고 '주당 부부'에게 빠질 수 없는  주문해서 첫 술을 맛있게 먹었다.


간짜장엔 고기가 가득~ 삼선짬뽕에도 해산물이 가득~ 전복 한마리도 통째로 들어가 있어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아 과거의 인천 차이나타운 못지않게 훌륭하다!


마누라가 짬뽕 안에 있는 해산물을 자꾸만 내 간짜장 안에 넣어줘서 내가 지금 간짜장을 먹고 있는건지.. 삼선짜장을 먹고 있는건지 모를 지경이다.


소식러인 우리여서 마누라는 국물과 면을 2/3나 버리고 나는 짜장소스를 많이 남겨 어차피 남으면 버릴거 집에 가져 '뒤풀이용 술안주'로 삼아야겠다.



자, 술배도 채웠으니 이제 월미도로 데이트하러 출발~ 했는데 역시나 차들이 너무나도 많다.

(작년 어린이날에 한번 왔다가 차들이 너무 많이 막혀서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온 아픈 기억이 떠올라 마누라도 이내 돌아가자고 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도착!)


월미도에 가서 난생처음 썬드롭을 타봤는데 '이것보다 딱 네배 정도만 더 높이 올라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저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와 인천의 풍경이 장관이다. 마누라는 고소공포증..


재밌게 놀다 다시 신포동으로 돌아왔고 우리가 자주 묵었던 숙소를 찾아 하루 묵고 가기로 하였다.


4시가 조금 넘어 모텔로 도착해서 물어보니 저녁 7시 이후 입실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인천에 올 때마다 매번 여기서 자고 간다며 또다시 불굴의 의지로 객실을 잡고 들어가 쉴 수 있게 되었다. 나이스~


숙소로 들어가서 씻고 정리를 하고 밤마실 겸 걸어서 신포시장 근처 한바퀴를 크게 돌고 왔는데 아쉽게도 시장 내 영업점들도 모두 문을 닫았고 거리에 사람들도 많지 않아 한산한 분위기이다.

마누라가 갑자기 술안주 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하여 베스킨라빈스에 들러 보았지만 원하는 종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그냥 숙소로 들어왔다.


맛있는 녀석들을 보면서 소주와 함께 아까 신포시장에서 사온 오뎅꼬치 하나로 술안주를 삼으며 1일차 술행을 마무리 해본다.


내가 삭신이 다 쑤신다고 하니 마누라가 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깨부터 허리까지 풀로 마사지 서비스를 해주었는데 찌뿌둥한 몸이 한결 가벼워진 듯하다.


"마눌~ 쌩유~♡"


p.s.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쉬웠지만..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행 첫날, 오늘의 총 경비는 숙식 포함 81,000원.




2022. 9. 11. 인천 2일차~


새벽 1시반부터 모기한테 물어 뜯겨 강제 기상..

다시 잠을 청했지만 3시반에 계속 물려서 잠을 잘 수가 없어 그냥 일어나보기로 했다.

(젠장.. 한마디로 모기밥이 되어 버렸다.)


TV를 틀어봐도 재미가 없고.. 혼술을 하며 핸드폰만 자꾸 만지작거리다 8시가 다 되어서야 마누라 기상..

씻고 준비해서 10시반쯤 나가 우리 숙소 근처 500m에 위치한 '경인면옥' 가서 7년만에 마누라에게 '제대로 된 평양 물냉면 맛'보여주마..


경인면옥은 1944년 종로에서 시작하여 1946년에 인천 신포동으로 옮겨 76년째 영업중인 유명한 맛집이라고 한다.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하여 쉬고 있는데 11시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손님들이 몰려와서 문전성시를 이뤘고 11시에 문이 열려 들어가니 곧바로 만석.


우리도 들어가 자리를 잡고 둘이서 물냉면 1인분+ 녹두세트와 소주 주문했지만 어차피 녹두전은 배불러서 먹지도 못할테니 미리 포장을 부탁했다.


밑반찬과 함께 따뜻한 육수가 나왔는데 평양냉면을 당췌 무슨 맛으로 먹는 것인지 모르는 나로서는 육수가 이집에서 내가 가장 맛있게 먹은 것이었다.


평양냉면을 먹지도 못하면서 왜 왔는가!?

매번 내가 좋아하고, 내가 먹고 싶어하는 것만 먹으러 다녔는데 오늘은 마누라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맛있게 먹어주려고 왔지만 실패..


"여보 미안해~ 난 틀렸어~ 도저히 맛있게는 못 먹겠으니 내 몫까지 맛있게 먹어주오~"


둘다 소식러인 우리 부부는 결국 둘이서 냉면 한그릇을 다 먹지 못해 남기고 포장해둔 녹두전을 가지고 철수.

벽면에 걸려있는 사진을 보니 옛날 인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 집도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실감이 되었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마누라는 제대로 잘 하는 이라며 정말 오랫만에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한다.

(더 좋은 포스팅을 못해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르기 마련이니 널리 이해를..)



여행을 떠나오기 전부터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이대로 집에 돌아간다면 마누라가 아쉬워할 것 같아 월미도에 다시 가서 한바퀴 산책을 하고 나니 12시반..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 쉬어 보기로 하였다.

(마누라도 피곤했는지 집에 오는 내내 잠이 들었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니 1시반.. 나는 중국집에서 포장해 온 짜장소스로, 마누라도 냉면집에서 포장해 온 녹두전을 안주삼아 맘편히 소주 한잔하며 남은 연휴를 만끽하였다.


이로써 1박 2일 인천 행은 끝~

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관계로 가장 힘들었던 여행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고 그 때문에 좀 더 같이 여기저기 못 돌아다녀서 마누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하다, 마눌~"


인천 갈 때마다 항상 들렀던 차이나타운도 한번 가보지 못하고 최단거리 동선으로 다녀 온 여행이었다.


오늘 경비는 경인면옥 17,000원이 전부.. 어제 숙식비 81,000원과 합하면 1박2일 동안 98,000원..

'십만원의 행복'이다.

참 밥값은 안들어 가는 우리 부부이다.


포장해온 안주뒤풀이&숙취해소제도 안주일뿐.jpg



매거진의 이전글 마누라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나만의 화법(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