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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Nov 02. 2023

마누라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나만의 화법(1)

71화, 나는 마누라 기분을 상하지 않게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한다!


마누라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나만의 화법(1)

71화, 2022.9.17. 나는 마누라 기분을 상하지 않게(오히려 기분을 좋게 해주며) 내가 원하는 것을 취한다!

이렇게 말하면 당신도 원하는 것을 얻음과 동시에 여자에게 점수를 더 딸 수 있..을지도..(믿거나 말거나)



토요일 새벽 6시, 마누라와 추석연휴에 먹다 남은 전과 막걸리로 가볍게 주말 아침을 시작해보려는데..


고추전을 한 입 베어 먹었더니 "으악!!" 매워도 너무 매워서 버리고 남은 전 2개와 막걸리 한병을 마시고 나니 8시반..


그 사이 마누라는 나와 모닝술을 마시며 중간중간 주방에 가서 싱크대를 붙잡고 오늘의 운동량인 푸쉬업 13세트, 총 260회(1세트=20회)를 마치고 돌아왔다..


*연관글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af414d9aef7b470/342


운동을 마친 마누라에게 딱히 살 것은 없지만.. 넌지시 한마디 건넸더니 좋아하며 그러자고 한다.

*전문 용어로 '낚았다'라고도 한다.


"여보, 운동하느라 수고했어~ 팔뚝에 근육들 좀 봐~ 그럼 조금 셨다가 함께 나가 바람도 쐴겸 동네 마트에서 당신 필요한거 없는지 장이나 보고 오자~"


마누라에게 말은 안했지만 사실 나는 '점심에 술안주로 먹고 싶은 막창을 획득'하기 위해 머릿속에 이미 큰 그림을 그려 놓고 말을 한 것다.

*마누라는 B형의 다루기 힘든 '고양이과 여자'이며, O형인 나의 MBTI 결과는 'ESFJ 집정관'이다.


우리 집 냉장고에 안창살도 있고 뒷고기도 있고 다른 안주거리들이 있지만 오늘은 그냥 갑자기 막창이 땡겼던 것이었고.. 여자들은 집에 먹을 게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뭔가를 또 사오려고 면 싫어하는 경향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에..


그런 여자 사람들에게 단순히 "이거 먹고 싶어~", "이거 사러 가자~"라고 한다면 십중팔구는 도끼 눈을 뜨고 "닥치고 집에 있는 거나 먼저 CH먹어라!!"와 비슷한 말을 듣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




그럼 내가 위에서 마누라에게 한 말을 하나하나 뜯어서 살펴보자.


여보, 운동하느라 수고했어~

[해석] 먼저 서두는 열심히 운동하고 온 마누라를 격려..(서두는 '내가'로 시작하는 것보다 '당신'으로 시작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


(세상에~) 팔뚝에 근육들 좀 봐~

[해석] 운동한 결과에 대해 즉시 마누라에게 피드백..(항상 응원과 칭찬의 말을 잊지 말자~)


그럼 조금 셨다가

[해석] 운동을 막 마치고 힘들어하는 마누라를 위한 배려..(성급하게 이빨을 드러내면 다된 밥에 재를 뿌리게 되니 한 템포 천천히~)


함께 나가 바람도 쐴겸

[해석] 데이트 신청..(여자들은 '함께..', '우리..', '같이..'와 같은 단어들을 좋아함~)


동네 마트에서 당신 필요한거 없는지

[해석] 필요한게 전혀 없다 하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피자나 아이스크림처럼 평소에 마누라가 좋아하는데 먹은지 좀 오래 되었거나 소스류, 여성용품, 하다못해 화장지라도 사러 가자고 해야함!)


장이나 보고 오자

[해석] 끝까지 나는 굳이 필요한 것이 없고 안나가도 그만이지만 오로지 당신을 위해서 내가 이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크함 겸비..(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보더라도 '내가'로 시작하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으며, 이쯤되면 오로지 '당신'만을 위하는 내 마음이 고스란히 마누라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그렇게 같이 장을 보다가 막창 코너에 다다랐을 때! 마누라에게 무심한 듯 시크하게 한마디 던지면 끝!


"어? 막창이 있네? 먹은지 오래 됐는데 잘 됐다~ 간만에 이거 한번 사서 같이 맛있게 먹어보자!"


이 말은 굳이 해석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


"이거 먹고 싶어~", "이거 사러 가자~"라고 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천지차이'라는 것을 알아둬야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라도 더 득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이 때에"사도 돼?", "먹고 싶어~" 아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의 강한 의지를 모두 쏟아 부어서 한방에 이빨을 드러내어야 한다.

마치 사나운 맹수가 표적인 먹잇감을 절대 놓치지 않는 것처럼.. 설령 안된다고 해도 오늘 내가 이것을 먹지 못하면 죽는다는 불굴의 의지 반드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보자.


나는 마누라를 위해 같이 장보러 나온 사람이었지만 마침 내가 먹고 싶어하는 막창을 발견하여 오랜만에 먹고 싶다고 하니.. 마누라도 이쯤 되면 한쪽 눈을 감아줄 수 있으리라~


"아이구~ 그렇게 먹고 싶으면 하나 사요~ 내가 집에 가서 맛있게 구워 줄께요~"


막창 득템~ 그렇게 나는 원하는 것을 장바구니에 넣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남들이 봤을 땐 뭐 별거 아닌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척척 얻어낼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p.s. 당신도 마누라에게서 원하는 것을 척척 얻어낼 수 있는 '멋진 남자'이길 바랍니다~^^



(다시 집으로 복귀..)


"해동 다 되면 맛있게 구워 줄께요~"


"마눌은 그리하라~!!"


자, 이제 해동이 되었으니 어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나의 입과 배를 즐겁게 해다오~


......(막.창.을.굽.는.다~ 샤랄라라랄라라~)......


마누라가 막창을 굽는 동안 소식러인 나는  이따 맛있게 먹기 위해서 지금은 잠시 TV를 보며 대기중..


그 사이 천일야사에서 신라시대 미실편이 나와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요, 그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말이 어느정도 맞는 말인 듯 하다.


이렇게나 무서운 '여자'란 존재 앞에서 우리 남자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평소에 말 한마디도 신중히 하면서 절대로 여자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며  수 있도록 하자!


"이 시대 모든 남자 화이팅~!!"

'야,  너도 할 수 있어!'라는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드디어 막창구이 완성!!

보아라, 이 아름다운 자태를.. 마지막에 내가 토치로 불맛을 내보려다 조금 태워 버렸지만 맛은 훌륭했다.. 그리고 주당에 소식러인 나는 소주 반잔씩 마실 때마다 막창 한조각을 다시 1/4로 소분하여 먹고 있다..


"고맙다 마눌, 맛있게 잘 먹으마~^^"

사랑해~ 쭉 너여~ 꼭 맛있는 거 해줘서만은 아니고..


"맛있게 드세요~^^"


오래 전 '스트리트 파이터'란 게임에서 상대방에게 승리한 후 나오는 굵고 묵직한 남자의 말이 내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 하다..


"You win, perfect!!"


p.s. 마누라 보고 있나~ 이 글은 마누라한테 먼저 보여주고 동의를 받은 후 올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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