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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좌인 나와 '큰손 마누라' 사이 좁혀지지 않는 격차

좋은 음식 먹었소~ 동면 동안 날 잊고 사시오~ 김광진의 편지


'소식좌인 나''큰손 마누라' 사이 좁혀지지 않는 격차

70화, 좋은 음식 먹었소~ 동면(겨울잠) 동안 날 잊고 사시오~ '김광진의 편지'



밖에서 사온 치킨이나 족발, 삼겹살 등을 둘이서 다 먹지 못하고 놔뒀다가 곰팡이 꽃이 피어 오르는 아름다운 장관목격해 본 적이 있는가..


(곰.팡.이.내.린.다~~~ 샤랄라라랄라라~~~)


냉장, 냉동 보관을 잘 해놔도 소식러인 우리 부부 앞에선 더 이상 버티지 못 하고 결국 '푸른색 '으로 갈아 입고야 만다.


아무리 내가 마누라에게 조금만 사오라고..

아무리 내가 마누라에게 조금만 만들라고..


실컷 떠들어 봤자 '손이 큰 마누라'는 모자란 것보다 차라리 남는 게 낫다고.. 마트에서 할인을 한다고.. 우리 부부가 감당하기 힘든 양을 집에 저장해 둔다.


"이보시게, 이것들을 먹고 우리 '겨울잠' 잘 건가~?"


'소식러에다 입까지 짧은 나'로서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들이라도 최대 2~3일 연속으로 먹지 못하니 지들이 아무리 노력을 해본들 냉장, 냉동실 속에서 추위에 떨다가 결국 우리의 곁을 떠나가고야 마는 시스템이다.


'지.못.미..'


오늘도 마누라가 간만에 솜씨 좀 부려 보겠다며 '해물알탕'을 한솥 끓여주어 퇴근 후 소주와 함께 가열차게 먹었으나 불과 1/4도 먹지 못했으니 앞으로 일주일은 또 두고두고 먹어야 할 예정이다.


동태알, 이리, 게, 대하, 조개, 홍합, 오징어.. 우리 집의 자랑 '토큰육수' 넣어서 맛은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많은 걸 둘이서 언제 다 먹을 수 있을꼬..'


아래 사진처럼 야심차게 한국자 떠서 소주와 함께 먹어본다.


"마.. 맛있다!!"


두시간 동안 조금씩 2~3국자를 더 떠서 연거푸 소주를 마셔보지만.. 이미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먹겠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그만 먹어야겠소~
억지 노력으~ 위장을 거슬~ 괴롭히지는 않겠소~


상을 물리고 나는 '새우깡'으로, 마누라는 '견과류' 몇개 가져와 안주를 대체한다.


라면 하나를 둘이서 나눠 먹는 우리 부부인데 손이 큰 마누라는 뭐 하나 요리를 하면 대략 '이 정도의 양을 생산'해내고야 만다.

술집에서 안주로 팔면 4~5만원짜리?



소식좌인 나와 '큰손 마누라' 사이 좁혀지지 않는 격차는 여기서부터 발생된다.


입이 짧은 나는 "제발 한번 먹을 양만 만들자!" 해도 여자 입장에서는 매번 음식을 하기에도 힘들테고 푸짐하게 한상 차려 내오는 뿌듯한 마음도 있을테니 어쩌겠는가, 남자인 내가 이해를 해야지..


"맛있게 잘 먹었고.. 나는 다~ 이해한다, 마눌~ 곧 겨울이 다가오니 나 이거 다 먹으면 이제 그만 겨울잠 좀 자볼께~"


손이 큰 그~대~ 정~성은 고맙게 받아~ 두겠소~
~~ 음식 상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오~ 요리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먹어도~
실 그대 음식들~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음식 먹었소.. '동면' 동안 날 잊고 사시오.."

*동면 : 겨울잠


김광진 - 편지 중에서..


*연관글 보러가기 : https://brunch.co.kr/@af414d9aef7b4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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