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주당 부부 둘이서 이틀에 소주 20병 클리어 in 신림

74화, 2023.11.18~19. 16년만에 신림 여행


둘이서 이틀에 소주 20병 클리어 in 신림

74화, 2023.11.18~19. 16년만에 신림 여행



무소주부, 그들에게 '신림동'은 어떤 의미이던가..

때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처음 만난지 3일만에 사겨서 연애(신림)하고 양가 집안의 허락하에 동거(불광)를 시작했던 한해..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던 몇년동안 우리의 주 무대가 바로 '신림동'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1시간 거리의 '신림동에 언젠가 꼭 다시 가보기'로 약속을 해놓곤 그동안 뭐가 그렇게 바빠서였는지(집에서 맨날 술 마신다고..) 16년만에 이루어지는 중차대한 ?(술행O)이다.


하지만 여행을 하루 앞둔 2023.11.17일(금), 나는 마누라에게 초를 치고 말았는데..


"이번 주엔 너무 힘들어서 신림은 다음 기회에~"


"안돼욧!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๑•̀д•́๑"


"(그래...) 가자~~"


"^0^*"


어쩌겠는가.. 중간에 쓰러지더라도 가봐야지..

엠블런스는 불러 주시게~


이미 여행 가방을 꾸려 놓은 마누라를 실망시키면 며칠동안 들들 볶일테니 차라리 내가 가다가 쓰러지는게 백번 나으리란 생각이 1초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남자들이여, 이런 상황에서 여자가 원하는 답을 찾아서 1~2초안에 대답하지 못하면 피곤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3초면 늦었..)


여기서 잠깐, 여자들 머릿속을 들여보자!


본인이 남편에게 '원하는 답'을~ 

1초 이내에 들으면.. 날 아껴주는 멋진 남편~

2초 이내에 들으면.. 잠시 고민하며 흔들렸음을 감지했지만 그래도 날 아껴주는 일반 남편(안정권의 마지노선!!)

3초 이내에 들으면.. 여기까지 봐주는 느긋한 여자가 절반, 못봐주고 "그냥 때려치워!"라는 성격 급한 여자가 절반(그날, 기분 안좋은 여자 포함)이라 당신의 운명은 복불복!! ^-^;


본인이 '원하지 않는 답'을 내뱉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ㅡmㅡ




(여행 당일인 2023.11.18일(토)..)


신림 여행과 집안 시제가 겹쳐 버려서 둘다 8시 전에 일어나 준비하고 9시에 시제 출발, 10시 시제 도착!

그동안 총 8~10팀이 참석해 왔지만 1년새 두분이 돌아가셨고 한분이 요양중이셔서 올해는 조촐하게 4팀만이 모였다.


손발이 꽁꽁 어는듯한 추운 날씨에 산에서 상차림~ 시제~뒷정리까지 약 두시간에 걸쳐 마무리 되었다.

매년 시제와서 궂은 일 마다않는 마누라에게 ㄱㅅ를~


원래는 야외에서 돗자리 깔고 제사 음식을 먹었지만 도저히 추워서 야외 식사는 못하고 음식들을 나눈 뒤 추어탕집에서 식사하신다기에 우리는 먼저 인사를 드리고 철수하였다.

추어탕&생선도 먹지 못하는 나다.. 마누라는 좋아함..


그 길로 일산 어머니댁에 들러 김장해놓은 김치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오징어 튀김에 술을 마신 뒤 낮잠을 잤다.('낮잠'이라 쓰고 '기절'이라 읽는다. 이때에도 둘이서 꽤 많은 소주를 마셨다. 막걸리는 우리에겐 그저 음료수일뿐..)



잠시 기절했다 눈을 니 4시가  신림으로 출발!


16년만에 함께 신림 땅을 밟은 역사적인 날이라 가슴이 설레..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에 우리가 데이트 했던 곳을 다시 찾아오니 20대 꽃다운 시절의 젊은 연인은 없고 벌써 50줄을 바라보는 나이의 중년 부부가 함께  있었다..


5시, 숙소에 도착하여 짐들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5시반.. 사전에 점찍어둔 모텔 바로 옆 찰리포차에 가서 '럭비공 계란말이' 안주 하나로 본격적인 소주 타임이 시작되었다.

(14,900원짜리 이거 먹으러 거다! 마누라님이 먹고 싶대! 무슨 계란말이가 만오천.. -_-;)


미트볼 소스에 계란 오물렛.. 비싸지만 환상적인 맛의 조화가 소주 맛을 한껏 끌어올려 주니 술이 술술이라 둘이서 소주 2 가뿐히 마셨다!



6시 넘어 마트에서 소주 3병 사고 숙소로 와서 2차전 도중에 7시반 마누라가 기절했고 나혼자 혼술 타임..

(좀전에 내가 낮잠 잘 때 같이 안자고 계속 소주를 꽤나 마셨다고 한다. 무슨 '돌림술', '이어마시기' 놀이하는 것도 아니고..)


8시반, 나홀로 시장 투어를 하면서 중국인 아줌마가 직접 만들었다는 '수제 소세지'와 '해파리 냉채', '두부 한모+진간장'을 사와서 마누라를 깨웠더니..


"여행가방 안에 안주를 이렇게나 많이 가져왔는데 또 샀냐!?!?"라며 한말씀 하신다.


"여보~ 내가 잘못했소~ 난 그냥 바람쐬러 나간건데 얘네들이 날 꼬신거라오~^^;"


[깨알쿨팁!!] 잘못은 했지만 나는 당당히 무죄임을 선언!! 마치 태초에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것은 잘못이나 사악한 뱀의 꾀임에 당했다고 했던 것처럼..

같이 나가서 '내가 먹고 싶으니 사자!!'라고 했다면 과연 살 수 있었을까.. 이럴 땐 한소리 들을 각오하고 질러야지, 원하는 것을 손에 잘 넣는 나라고 해도 지금 상황에선 '선조치후보고' 외엔 별다른 뾰족한 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가방 안엔 오늘 내로 다 먹을 수 조차 없는 안주들이 서로 간택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결국 도로 가져옴)


그렇게 3차전을 치르9시반, 수면보조제를 먹고 기절 직전의 마누라가 자꾸만 안아달라고 해서 옆에 살짝 누워 있다가 나도 모르게 기절모드..Zzz......


여행 첫날, 둘이서 소주 10병을 달성했다!!




(여행 둘쨋날인 2023.11.19일(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생두부와 함께 혼술을 하다가 술이 떨어져서 소주 3병을 더 사왔고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북적인다.


아침 8시에 마누라가 일어나서 합술~


"그래도 오랜만에 신림 왔는데 순대는 먹고 가요~"


"그래? 그럼 기다려봐~"


혼자 밖으로 나가 30분을 헤매다 결국 '순대국 1인분'을 포장해 왔다.


"왜 이제 와요? 순대를 만들어 오는 줄 알았어요~"


"이 아침에 문을 연 곳이 없어서 한참 헤맸네~ 그래도 결국 사왔다~^-^v"


과거에 우리 부부는 유명한 신림 순대타운에 몇군데 가서 먹어봤으나 둘다 입맛엔 맛지 않았고 지금은 순대국 1인분으로 안주와 해장을 동시에 하는 이 현명한 처사라 판단했는데 역시나 취향저격이었다!!


여기까지 소주 13병 클리어!!



시장에서 장을   집에 가서 족발에 뒤풀이까지 따지면 이틀 동안 어림잡아 20병 가까이 마셨다!!


숙박 5만원에 장을 봐온 것 포함 경비는 총 15만원..

아래는 1박 2일 신림 여행 일정과 동선 공개!!

모텔 입실 > 모텔 바로 옆 포차 > 나홀로 시장 투어 > 잠 > 나홀로 순대국 포장 > 모텔 퇴실 > 함께 장보기 > 집

중간중간 소주 사러 마트에 다녀왔고 나머지 시간엔 주구장창 술만 마셨다.
다 합쳐서 1~2km 밖에 되지 않는 최단거리 동선!!
이것을 과연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들은 왜 신림에 간 걸까요?

이래서 무소주부는 매일, 같이, 집에서, 소량의 안주와, 대량의 소주를 마시며 살고 있답니다~!!

어차피 우리 부부에게 여행이란 집밖에서 술마시기~


집에 와서 자축 파티 겸 마누라와 함께 소주를 마시며 본 편을 마치고 다음엔 지방 출장갈 때마다 마누라를 데리고 다니는 이야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오는 길에 잠만 자냐? 나도 하얗게 불태웠다, 마눌~♡


오래 전 박진영의 노래가 떠오른다..

그녀는 너무 마셨다~♪ 하늘에서온 주당였다~

그녀를 난 사랑했고~ 우리들은 퍼~ 마셨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자식 소식러 주당 부부에게 김밥 한줄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