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자식없는 마누라의 꿈은 ‘현모양처’였다고 한다.

내 마누라 탐구 생활 5화

처음 마누라를 만났을 때 꿈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현모양처’였다고 한다.

* 현모양처: 어진 어머니이면서 또한 착한 아내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서 마누라가 한번은 우리에겐 자식이 없으니 ‘현모’는 틀렸다고 했다.

그때 나는 남편은 큰아들이라고도 하는 말이 있으니 나를 큰아들로 여기고 잘 키워 보라고 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충분히 현명한 여자라고 이야기해 주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느냐면서 좋아했다.



사실은 원래 마누라는 미대 출신, 서양화가 전공이었고 나를 만나기 전에 이미 친언니께서 국제결혼을 하고 살고 계신 프랑스로 유학을 앞두고 있었다.


내게 처음 "널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라고 말을 했던 날에 자신이 곧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떠나기 전에 마음껏 좋아한다는 말을 실컷 하고 떠나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나도 널 좋아해.."


그렇게 마누라의 발목을 붙잡아둬서 20년째 데리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화실에서 유명한 화가분께 인정을 받았고 홍익대 미대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었을 만큼 능력이 있었던 마누라였다.


한편으로는 그때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아마도 유명한 화가는 아닐지라도 미술 계통에서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화가 정도는 되었을 것이리라고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도 든다.



지금도 가끔씩 그날 일을 회상할 때면 후회하진 않느냐고 물을 때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는 마누라의 대답에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이래서 우리가 인연은 인연인가 보다.


내가 먹여 살려줄테니 건강만 해다오~♡




매거진의 이전글 마누라는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