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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공포의 노란 국물

내 마누라 탐구 생활 9화

마누라와 처음 냉면을 먹었던 날.. 나는 충격과 공포감에 휩싸였다.



당시 26살이었던 내가 알고 있던 물냉면 육수는 마치 신선이 반신욕을 하고 갈 만큼 영롱한 맑은 빛깔이었다.



주문한 물냉면이 나왔고 마누라는 항상 그렇게 해왔듯이 메뉴얼처럼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오른손엔 겨자통을, 왼손엔 물냉면 그릇을 부여잡고 짠다. 겨자를.. 또 짜낸다. 겨자를.. 이제 겨자통에 겨자는 없다.



"사장님, 여기 겨자 좀 더 주세요~"



또 짜낸다. 겨자를.. 그리고 말을 한다.



"됐다~"



됐다. 그렇게 완성된 노란 국물이..



(당시 찍은 사진이 없어서 이해를 돕기 위한 대체 사진임)



그렇게 완성된 노란 국물의 물냉면은 생소한 비주얼.. 아니 내가 26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보는 비주얼이었고.. 그렇게 완성된 노란 국물의 물냉면을 마누라는 한참 맛있게 잘 먹는다.



"잠깐! 그 물냉면 육수, 내가 맛 좀 봐보자!"



음미하듯.. 은 개뿔, 한모금 마시자 마자 뿜어낼 뻔했다. 마치 처형을 앞둔 사형수의 목을 치기 위해 망나니가 자신의 칼에 입으로 물을 뿜어대듯이 말이다.



내가 볼 때 이것은 인간계의 음식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것을 마누라는 맛있다고 먹는다.



'그렇다면 마누라는 인간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인가..'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 뒤로 마누라가 먹고 난 물냉면에는 감히 범접하지 않음으로써 아직까지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장인어른의 A/S가 있어서 그 도움으로 지금은 마누라가 예전처럼 노란 국물을 생산해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장인어른의 A/S..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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