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누라 탐구 생활 12화
결혼 전 나의 마누라는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인 36~23~36의 몸매처럼 글래머러스하지만 아주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처음 사귀기 시작한 2002년 월드컵 경기 때만 해도 배꼽티를 입고 밖에 나가면 남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는 한 때 83kg의 아주 보기 좋은 체격과 몸무게의 소유자였다.
2010년 결혼식 때만해도 웨딩 촬영 등을 위해 관리를 잘 하고 완벽했던 웨딩 사진이 아직도 우리 집 거실에 걸려 있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은 결혼 이후 마누라가 막걸리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면서였다.
물론 지금의 마누라는 그토록 사랑했던 막걸리를 완전히 인연을 끊고 열심히 다이어트 중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토록 찬란했던 마누라의 몸매는 온데간데 없었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와 버렸던 것이다.
거꾸로 나는 결혼 이후 살이 계속 빠져 지금은 62kg의 비쩍 마른 체구가 되었다.
마누라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너무 말라서 비린내가 날 지경이라고 한다.
일이 이지경까지 되다 보니 나는 마누라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마누라가 내 살들을 다 가져간 것은 아닐까?'
물론 말 같지도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마누라가 살을 찌어나가는 것과 비례하여 내 살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가끔 마누라에게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 있다.
"마누라여~ 이제는 가져간 내 살을 돌려다오~"
그리고 나서 거실에 걸려 있는 결혼 사진을 바라보며 마누라가 듣도록 한마디를 더한다.
"누구세요? 누구신데 우리 집 액자 속에 걸려 있는 것이오?"
그러면 마누라도 처음엔 재밌다고 막 웃다가 내 장난이 좀 심해지면 곁눈질로 그만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내온다.
지금은 비록 나이가 들고 살이 쪘더라도 내 눈엔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누라다.
"마누라~ 쭉 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