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탐구 생활 16화
보통의 여자들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셀카도 찍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무언가를 먹기 전에 사진을 찍으려고 또는 같이 간 남자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며 배고픈 남자들을 힘들게 만든다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여자, 내 마누라는 왜 그러는 걸까요?
같이 살고 있는 최근 20년간 본인이 본인을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은 여자가 아닌 남자인 내가 찍게 되었다.
기념일 등 나라도 사진을 찍어서 남겨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 부부가 함께 사는 동안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하고 죽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일도 만만치가 않다.
내가 마누라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잽싸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려 버리던가, 고개를 휙~하고 돌려 버리기 때문이다.
"와, 너무 하네~"
아무리 마누라지만 본인의 초상권이 있는 것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좋은 날에 같이 사진 한장 남기고픈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크한 마누라는 이런 내 마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 묻거든 그냥 싫다고 한다.
"와, 너무 하네~"
나도 오기가 생기면 마누라가 한눈 파는 사이에 냅다 찍어 버린다. 하지만 이조차도 들켜 버리면 사진은 '순삭'되고 만다.
"와, 너무 하네~"
그래서 우리 부부가 같이 찍은 사진은 십중팔구 마누라의 얼굴이 없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혹시 이렇게 하는데 재미가 들린 것은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매번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마눌~
앞으로 '사진 쿠폰'이라도 만들어서 내가 잘 해줄 때마다 한번씩 마누라 얼굴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해봐야겠다.
좋은 방법을 아시는 분들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p.s. 내가 음식이나 꽃 사진을 찍을 때에도 몇장 찍다보면 그만 좀 찍으라고 타박을 한다.
마눌, 이런 말은 보통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말이란다..
아, 나도 참 힘들게 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