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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기련 무소주부 May 18. 2023

마누라와 사진

마누라 탐구 생활 16화

보통의 여자들은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셀카도 찍고 식당이나 카페에서 무언가를 먹기 전에 사진을 찍으려고 또는 같이 간 남자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며 배고픈 남자들을 힘들게 만든다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그런데 이 여자, 내 마누라는 왜 그러는 걸까요?

같이 살고 있는 최근 20년간 본인이 본인을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은 여자가 아닌 남자인 내가 찍게 되었다.

기념일 등 나라도 사진을 찍어서 남겨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 부부가 함께 사는 동안 사진 한장 남기지 못하고 죽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일도 만만치가 않다.

내가 마누라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잽싸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려 버리던가, 고개를 휙~하고 돌려 버리기 때문이다.

"와, 너무 하네~"

아무리 마누라지만 본인의 초상권이 있는 것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좋은 날에 같이 사진 한장 남기고픈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크한 마누라는 이런 내 마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러느냐 묻거든 그냥 싫다고 한다.

"와, 너무 하네~"

나도 오기가 생기면 마누라가 한눈 파는 사이에 냅다 찍어 버린다. 하지만 이조차도 들켜 버리면 사진은 '순삭'되고 만다.

"와, 너무 하네~"

그래서 우리 부부가 같이 찍은 사진은 십중팔구 마누라의 얼굴이 없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혹시 이렇게 하는데 재미가 들린 것은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매번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마눌~

앞으로 '사진 쿠폰'이라도 만들어서 내가 잘 해줄 때마다 한번씩 마누라 얼굴 나오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해봐야겠다.

좋은 방법을 아시는 분들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p.s. 내가 음식이나 꽃 사진을 찍을 때에도 몇장 찍다보면 그만 좀 찍으라고 타박을 한다.

마눌, 이런 말은 보통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말이란다..

아, 나도 참 힘들게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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