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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의 손, 그리고 반지..

내 마누라 탐구 생활 18화

마누라가 세기의 미인은 아니지만 나름 길거리 캐스팅도 당해 봤었고 한때 콜라병 몸매에 외국에서 피팅 모델도 했었던 이력이 있다.

모뎀 시절에도 '나타사(나우누리 타자 사랑방) 최고의 섹시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니 연애인이 아닌 일반인 중에선 나름 괜찮게 봐줄만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주제에서 얼굴이나 몸매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니 이 정도로 접고 문제는 손이다.

마누라의 손이 여자 손이 아니라 남자 손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마누라의 외할머니께서는 당시 시절에 빼어난 미인이라고 하셨는데 외할아버지께서는 장모님께 왜 못생긴 것만 닮았느냐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장모님의 따님이 우리 마누라이다.

언젠가 마누라도 부모님과 함께 있는 차안에서 왜 이렇게 못생긴 손을 물려 주셨느냐고 한탄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한쪽 손씩 내어 보이면서 "자, 봐라~ 이 손과 이 손 사이에서 그정도로 태어났으면 성공한 것이 아니냐.." 하시면서 한말씀 하셨다는데 그때는 마누라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거꾸로 나는 남자치고 여자의 손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이다.

나 또한 마누라 못지않게 어릴적부터 남자 손 같지 않아 부끄럽고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 마누라는 이러한 내 손을 이뻐하며 좋아한다.

보통의 여자들이 반지를 낄 때 10~11호를 낀다고 하는데 마누라는 13호가 딱 맞는다.

반면에 나는 여자 손처럼 가냘프기 짝이 없어서 같은 13호를 낀다.

서로 같은 반지 호수를 끼고 있다보니 니꺼, 내꺼가 따로 없다.

지금도 간혹 나와 손을 맞잡고 한번씩 뒤집어 가며 '남자 손! 여자 손!' 놀이를 하면서 재미있어 한다.

나는 여자 손, 마누라는 남자 손이니 말이다.

서로 손을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둘다 자신의 타고난 손을 싫어하다보니 반지를 끼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이쁜 손이다. 

이 손으로 나를 만져 주고, 이 손으로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당신의 마누라 손은 어떤가요? 최근에 그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 적이 있었나요?

마누라의 손이 이쁘든, 이쁘지 않든 기회가 될 때마다 그 손을 자주 꼭 잡아 주세요.

내 마누라의 손을 따뜻하게 꼭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은 '남편인 나'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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