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누라 탐구 생활 21편
마누라와 TV리모콘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이다.
직업도 자식이 없는 마누라에게 남편이 출근한 후 혼자 하루종일 집에서 독수공방 하기가 얼마나 외롭고 고되겠는가..
그런 마누라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TV이고 그와중에 마누라의 최애 TV 프로그램은 '맛있는 녀석들'이다.
아마도 한 편당 몇 십번씩 이상은 봤을 것이다.
언젠가 몇 번쯤 얘기하기로 '맛있는 녀석들'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마누라에게 상이라도 하나 줘야 한다고 얘기를 했었다.
뭘 그리 봐도 봐도 재미가 있는 것인지..
개인마다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니 뭐라고 할 생각은 별로 없다.
하지만 나도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이 있을 수도 있다.
나만 좋아하는 바둑이나 당구 프로그램은 아예 말도 꺼내지 않고 둘이서 함께 볼 수 있는 것으로 예를 들자면 '사랑과 전쟁'이라도 보려고 하면 "이걸 도대체 몇 번이나 보는 거냐고 하면서 이건 이렇고 이렇게 되는 스토리라며 짜증이 나니 보기가 싫다."라고 묻지도 않은 질문에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준다.
"아, 그래~?"
못 이기는 척 넘어가주면 언제나 그래왔듯이 또다시 TV 채널은 눈깜짝할 사이에 '맛있는 녀석들'로 넘어가 버린다.
"마눌, 이것도 많이 봤고 지금 또 보고 있는 것이야~"
"그냥 또 봐요~ 이건 봐도 봐도 재밌어~"
"아, 그래~?"
마누라가 재밌단다. 그렇다면 뭐 봐야지, 별 수가 있겠는가..
이런 나라도 내가 꼭 보고 싶은 채널이 있어서 마누라에게 같이 보기를 청하였다가 거절이라도 당하면 손님 접대용 작은 방으로 건너가 혼자서 조용히 TV를 보고 오면 그만이다.
이래서 1집 2TV는 필수인 것 같다.
그래도 가끔 와이프가 보고 있는 채널이 영 보기가 싫어서 "리모콘 줘봐!" 하며 1~990번까지 있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보아도 정작 볼만한 채널이 없다.
"아, 채널만 많으면 뭐해~ 정작 볼만한 채널이 있어야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다시 조용히 마누라에게 리모콘을 넘겨 드린다.
얼마 전까지는 '술꾼도시여자들'을 함께 재밌게 봤었는데 13편으로 짧게 종영이 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올해 말 시즌2가 방송 된다니 꾹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그래서 나는 오늘 퇴근 후에도 반강제적으로 '맛있는 녀석들'을 보고 있다.
집안에서 TV 리모콘을 쥐고 있는 자가 그 집안의 '실세'라고들 하는데 이를 보면 나도 우리 집 실세는 아닌 모양이다.
다른 집 남편들은 집에서 TV 리모콘을 꼭 쥐고 살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집에서 남편이 마누라에게 빼앗긴 TV 리모콘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좋은 팁 공유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