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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명품, 그리고 마누라의 애교

내 마누라 탐구 생활 22편

나는 같이 살고 있는 지난 20년동안 마누라에게 명품 하나 사주지 못한 못나고 부끄러운 남편이다.

하지만 마누라는 명품 따위 필요 없다며 지난 20년동안 내게 단한번도 명품을 사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는 고마운 사람이다.

나는 그런 마누라에게 '당신이 진정한 명품'이라는 얘기를 가끔 들려주곤 한다.

정말이지 이런 여자가 또 있을까 싶다.

언젠가 마누라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당신은 왜 명품을 찾지 않느냐고..

그녀의 답변은 "어릴적에 이미 한번쯤은 원하는 것들을 다 가져봤기에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라는 것이다.

그래도 좋은 것 하나 못 사주는 내 마음이 마냥 편치가 않다.

'마누라 미안해~ 나중에 내가 잘 되면 꼭 원하는 좋은 것은 뭐든지 다 해줄께~'


이제는 마누라의 과거로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도록 하자.

어릴 적에도 부모님께서 여유가 있던 시절에도 백화점 등에서 "네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뭐든 사줄테니 골라 봐라~" 했을 때에도 한바퀴 휙 둘러보고는 "됐어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네요~"라고 시크하게 말을 했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부모님이셨기에 마누라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되도록 사주려고 하셨다.

한번은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다는데 어릴적 마누라가 원했던 무언가를 장인어른께 청을 하였는데 거절을 당하자 "됐다고.. 안한다고.." 하기에 옆에서 이를 딱하게 지켜보고 있던 장모님께서 "넌 무슨 여자애가 애교도 없이 그대로 돌아서느냐~ 애교도 좀 부리고 하면 네가 원하는 걸 이룰 수도 있는데 말이야~" 하시며 타박을 하신 적도 있었다는데 그렇다. 바로 이런 여자가 나의 마누라다.

나를 만나기 전에는 정말이지 애교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는 그런 그녀였다.

나와의 연애 당시에도 내가 마누라에게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들은 "됐어! 안해! 싫어!"였던것 같다.

'뭐.. 뭐냐, 이건..'

당신이라면 이런 여자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앞서도 이야기를 했듯이 내 마누라는 전형적인 고양이과다.

뭐든지 본인 내키는대로 행하는.. 내키지 않으면 안하는.. 이 두가지를 정확하게 지키며 살고 있는 그런 여자다.

이런 여자와 20년째 같이 살고 있는 나에게 우선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짝짝짝~~

'그동안 수고 많았어.. 앞으로도 계속 수고해~'

그랬던 그녀도 내가 먼저 몸소 애교를 시범해 보이는 몇년간의 장기 프로젝트들로 인해 이제는 마누라도 제법 애교가 늘은 편이다.

물론 다른 애교 많은 여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나는 만족한다.

예전처럼 "뭐? 왜?" 거리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래.. 이 정도면 나 충분히 살만 하다..

'마눌~ 나를 살만하게 해줘서 고.. 고마워~ ㅜㅜ'

마누라가 지금보다 딱 2배로 애교가 늘게 되면 명품 하나 사주는 것으로~

(안 사주겠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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