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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와 모기와 나

내 마누라 탐구 생활 23편

나는 어릴 적 가족들과 여름휴가로 상주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가 하룻밤에 모기에게 몇십군데 물어 뜯긴 적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의 블로그를 보면 알겠지만 지금도 집에 모기가 있다면 하룻밤에 모기에게 몇군데 물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 마누라, 이 여자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모기한테 물리는 일이 거의 없다.



마누라는 자기 대신 허구한 날 모기한테 수혈해주고 있는 나를 보며 안쓰러워 하면서도 시크하게 한마디 내뱉곤 한다.



"내 피는 드.러.운.가 보다."라고 말이다.



정말이지 마누라와 바로 옆에서 함께 누워 자면서 내가 밤새 모기한테 물어 뜯기는 와중에도 마누라는 단 한군데 물리는 적이 거의 없다.



최첨단 스텔스 마누라인가..



가뭄에 콩이 나듯 어쩌다 마누라가 모기한테 물리는 날이면 내게 자랑을 하듯 얘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럴때면 내가 잊지 않고 해주는 말이 있다.



"오~ 사람 취급 받았네~"



그러다가 또다시 모기한테 나만 물리고 본인은 물리지 않은 날이면 "내 피는 드.러.운.가 보다."라고 시크하게 내게 말을 한다.



모기들은 왜 나만 유독 좋아하는 것일까?



주제가 마누라 탐구 생활이지만 한번은 마누라가 남편 탐구 생활을 했던 적이 있었다.



프랑스에 살고 계신 마누라의 친언니께서 나와 혈액형도 O형으로 같고 나와 마찬가지로 그 누구보다 모기에게 잘 물리는 분이라는데 여름 휴가로 우리 집에 머물고 계셨을 때 누가 더 모기에게 잘 물리는지 탐구를 해봤지만 결국 승자는 나였다.



이 영광을 모기에게..



부러우면 지는 것 쯤은 알고 있지만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마누라가 부러워서이다.



나도 내 몸이 마누라처럼 모기 퇴치기였으면..



마누라는 말한다.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바퀴벌레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나는 말한다.



마누라는 있고 모기는 없는 그런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원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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