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누라 탐구 생활 27편
마누라를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 내게 말을 하였다.
자신은 '극과 극'이라고.. '중간이 없는 사람'이라고..
나는 그 말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고.. 또한 이해하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그 당시 내 눈에 비친 마누라의 모습은 마치 토끼와 같았으니 토끼로 잘 키워볼 생각뿐이었다.
그때도 마누라는 내 물음에 여러번 같은 대답을 반복하며 미리 내게 복선을 깔아 두었다.
"넌 마치 토끼 같아~"
"토끼 아닌데~!! 나 고양인데~!!"
여기서부터가 사건의 발단이었다.
호랑이 꿈이 태몽인 마누라를 인터넷에서 알게 되었고 처음 만난지 3일만에 마냥 토끼인줄로만 알며 사귀게 되었다..
그런데 사귄지 몇달만에 좀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었으며.. 몇년을 같이 살면서 마누라는 점점 '토끼 > 고양이 > 삵(살쾡이) > 시라소니 > 호랑이 > @#%!(지옥계)'가 되어 버렸다.
마치 '피츄 > 피카츄 > 라이츄'로 진화하듯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평소에 마누라의 모습은 '토끼'가 아닌 '고양이' 그 자체이나 한번 '빡'이란게 돌면 겉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순식간에 돌변한다.
그 '빡'이란게 어느정도냐에 따라 삵(살쾡이)으로 변신을 하느냐, 그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시라소니나 호랑이로 변신을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용호상박이라는 말이 있다.
*용호상박(龍虎相搏) : 강자끼리 서로 싸움
용꿈이 태몽인 나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기가 참 센 편인데 마누라가 한번 성질을 부리면 이건 뭐 감당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가 센 남자 한명에게 '성질부리는 마누라 1회 무료 체험'을 시켜주고 난 뒤 후기와 평점을 받아보고 싶은 심정이다.
연애 초반에 내가 살고 있던 자취방에서 같이 술을 마시다가 처음으로 심하게 다퉜을 때 마누라가 그 '빡'이란게 오고 뒤집어지기 바로 직전, 홧김에 "그래, 어디 할테면 마음대로 해봐라~" 했더니 맨 주먹으로 전신거울을 개박살 내고는 유리가 손에 깊히 박혀 피를 철철 뿜어내서 응급실로 이송된 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나는 몇번을 더 구급차를 타야만 했다.
으음.. 잊고 있던.. 아니 잊고 싶던 흑역사들이 하나하나.. 새록새록 떠오른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익명의 글로도 적지 못할 마누라와의 많은 일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20년전 마누라가 내게 해준 '극과 극'이라는 말의 뜻을 지금은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있다.. 아니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이해를 당했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마누라가 자신이 '순한 양'이 되었다고 하지만 '순한 양'은 개뿔, '휴화산'이다. 언제 터질지 모를..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어제 마누라에게 "당신은 지.성.미를 다 갖춘 여자"라고 얘기를 해줬더니 "정말 그러냐~"면서 좋아한다.
나는 마누라에게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라고 하며 뜻풀이를 해줬다.
"지.성.미~!! 지랄맞은 성품에, 아름다움은 갖췄다~!!"라고..
*지성미(知性美) : 지적인 사고와 언행을 하는 사람에게서 풍기는 아름다움.
오늘도 나는 마누라에게 노래를 불러주었다.
1993년에 발매된 모노(MONO) 1집의 타이틀 곡인 '넌 언제나'를 내가 개사해서 불러주는 노래이다.
원한다면 사라질 수 있어~
(집에서) 난 없어지는거야~
씅난건 너 혼자였으니~
날 다시 불러주면 돼~
내 잘못을 탓하는 것이라면~
돌아온 후에도 늦지 않아~
(그러면 난) 다시 사라질 수 있는데~
내가 떠난 그 모습 그대로 넌 집에 있는거야~
더 이상 잔소리로 나는 위로받고 싶진 않아
처음처럼 소주를 마셨어~ 다시 술 찾은거야~
이제야 술마시기 위해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꼈어~
'사랑만 해도 모자란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한다.
부부가 서로의 자존심만 내세워 다툴 일을 만들기 보다는 남자가 먼저 백기를 내세워 여자의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 어떨까?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먼저 달래준 후에 자신도 이러이러한 부분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여자에게 말을 건네준다면?
나는 남자가 여자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이기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p.s. 자, 무료 체험권은 1장뿐이니 당신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가 센 1인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경험을 선사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