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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다 지랄맞지만 기의 발란스가 잘 맞는 우리 부부~

내 남편 탐구 생활 38화

To. 남편을 쳐다보는 여자들에게~ 

"너 이런 남자 감당할 수 있겠니?"


여태까진 지랄맞은 내 성격에 대한 얘기만 주로 했었었다. 


이번엔 나를 감당하지 못하겠다지만 만만찮을 뿐더러 동등한 남편의 기에 대해 얘기해보자 한다. 어떤 면에선 도움이 되는 얘기가 좀 있을 듯도 하다. 


남편은 내가 모르는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때 밖에 나가면 뭘 깨부순 적이 많았다고 한다... 


나와의 사건의 발단은 남편이 연애 초기 불광동에서 자취를 할 때이다. 한때 사람의 폐부를 후벼 파며 속을 뒤집어 지게 하는 얘기를 아빠처럼 너무도 잘 하는 남편을 보면서 난 참다참다 못해 밥상을 뒤집어 버린 적이 있었다. 


내 악영향 때문인지 그 후 남편은 화가 좀 날 때마다 걸핏하면 밥상을 뒤집곤 했다. 그렇게 깨어진 상과 그릇들만 해도 수없이 많았다. 


신혼 초에도 남편의 그 버릇은 계속됐다.

신혼 집에서 남편이 손님들을 계속 초대하기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큰 상이 필요해 엄마께서 몇 개 주셨는데, 술 마시고 그 상을 망가뜨려 가면서까지 가구며 집안을 뒤집어 엎어 온갖 그릇들을 깨뜨리며 난장판으로 만드는 남편을 보고서 난 더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는 나나 남편이 서로의 말을 잘 듣지 않았던 시절이었다.(우리에게도 그런 날들이 있었다. ㅎㅎ) 그래서 남편을 잠재울 수 있는, 말이 먹힐 사람이 필요했다. 친정 아버지 같은... 가려주고 싶은 내 남편의 치부지만 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화 즉시 친정 부모님께서 집으로 오셨고 남편이 벌려놓은 현장을 보셨다.  


아버지는 남편이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안방에 들어가셔서 "자네 지금 뭐하는 건가!!!"하고 불같이 호통을 치셨다. 남편에게 화내신 건 그때가 처음이셨다. 남편도 놀라 일어나 아버지께 야단을 맞고서 자신도 화만 나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후회하며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다짐을 받아내신 아버진 "oo야, 가자!!"하시며 나를 친정집에 데려가셨다... 


남편은 일어나 엉망이 된 집의 뒷수습을 다 했고... 다음 날 엄마께서 우리 둘한테 당부를 하셨다. 세간살이 그렇게 부시다 보면 집안에 재물이 안 모이는 법이라고... 그런 사람들 재물 모이는 걸 못 보셨다고... 남편은 다신 그러지 않겠다 말씀드리고 날 다시 집으로 데려갔다. 


실은 우리 아버지도 젊으셨을 때 남편처럼 약주를 하시고 밥상을 수도 없이 엎으시는 등등을 하시다가, 그 통에 어린 언니가 다치자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셨다고 하신다. 당시 엄마가 제발 그러지 말라고 호소를 하시자, 아버지께서도 다시는 그런 일 없겠노라 다짐을 하셨다 하신다. 아버진 한 번 약속한 건 지키시는 분이라 두 번 다시는 안 그러셨단다. 


당신도 그러셨던 분이니 딸래미가 혹시 위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을까봐 더 화가 나셨나 보다... 울 남편은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아도 날 해할 일은 꿈에도 꾸지 못하는 사람인데... 


남편은 울 아빠 자식인 것 같다 할 정도로 똑같이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이다. 그 일 이후 단 한 번도 밥상을 엎는 일은 없었다. 


참 밥상머리 엎는 것부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까지 우리 아버지를 맗이 닮은 서방이다... 


딱 한 번... 나와 대판 싸우고 자기가 자기 성질을 못 이겨 베란다 창문을 맨주먹으로 쳐서 박살을 냈다. 다행히 상처는 나지 않았었다. 전신거울을 깨고 인대가 끊어졌던 나로선 남편이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난 그런 남편의 성격이 단 한 번도 무섭게 느껴진 적이 없다. 다른 여자들은 남편더러 왜 그렇게 기가 세냐고 했다는데... 


언니가 프랑스에서 하숙을 했던 집이 있다. 그 집의 주인 언니가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는데, 이유는 아버지의 성격은 너무 세고 엄마 기는 약해서 너무 그 기에 눌려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셨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의 기는 어느정도 맞아야 한다고 했단다. 


그런 면에서 우리 부부는 기가 동등한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편은 가끔씩 내가 삵이네~ 시라소니네~ 호랑이네~ 하면서 내 기가 세다지만 충분히 감당하고 있고 나 또한 남편 기가 세다고 무서워 하거나 겁내지 않고 잘 감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우리 둘다 나이를 먹고 여유도 좀 있어지다 보니 예전같지는 않다. 나이 먹는 게 이런 건 좋은가 보다~ 


허냐~ 이젠 우리 서로 사랑만 하며 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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