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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의 꿈같은 연애(1)

내 남편 탐구 생활 40화

2002년 4월 24일...

우리가 사귀게 된 사실을 난 부모님께 아예 모르게 숨겼었다. 남편이 날 좋아해주는 것은 둔한 나로서도 느껴졌었지만, 나도 남편을 좋아하는 만큼 너무 소중해서 함부로 하기가 싫었다는 표현이 젤 잘 맞을 것 같다.


진주에 일 때문에 집에 내려간 남편이 나중에 2~3개월 뒤 서울에 다시 올라오면, 그때 기회를 봐서 말씀드리려 했었다. 그때까진 나도 당시 이름있는 아버지 친구분의 화가 선생님의 수제자로 그림을 배우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남편이 다시 올라오는 그날까지 성실하게 살고 있자 마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주말에 선생님 화실에서 취미로 그림을 그리시던 아버지께서 알아차리신 것이다!!

화실에서 학생 한 명을 가르치던 중, 남편에게 전화가 와서 통화하는 걸 들으셨던 거였다.(참고로 우리 아버지의 눈치는 예삿 여자들은 저리 가라 하신다~) 게다가 내가 남편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으니... 이상한 낌채를 눈치채신 것이리라....


아빠와 함께 화실을 나오니 아니나 다를까 아빠께서 여지없이

"oo 너... 누구 만나는 사람 있니?"라고 물으셨다.


빼도박도 못하게 생겼다... 위에 얘기 했듯 울 아빠는 속이려 해도 속일 수가 없는 분이시다. ㅠㅠ

차라리 솔직하게 말했다.


"네, 아빠... 지금은 하고 있는 일 때문에 지방 집에 내려가 있어요... 참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그런 사람이라면 아빠도 한 번 보고 싶구나. 나중에 집으로 데려오너라~"


얼떨떨 했지만 데려오시라는 말씀이 좋았던 나였다. ^^


드디어 남편이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고...

거의 3개월 동안 2번 밖에 못 봤던 남편과 난 2~3일이 멀다 하고 매일 데이트를 했었다.


너무나 보고픈 사람이었기에 밤 늦게까지 함께 있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내가 늦으면 걱정하시며 행여나 남편을 안 좋게 보실까봐 난 되도록이면 거의 10시 전까진 집에 꼬박꼬박 들어갔었다.


10분이라도 늦으면 바로 연락드렸다. 지금 집 앞이라고...


거의 석달이 넘는 시간 동안에 10시 전까진 어떻게든 들어오려는 날 보신 엄마 아빠는 그때부터 우리 데이트 비용조차 더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주셨다. 전에도 많이 지원해주셔서 돈이 있다는데도 또 주시며 좋은 시간 보내고 오라하셨다~


나중에는 울 부모님께선 아예 안심이 되셨나 보다. 연애 초반엔 내가 들어올 때까지 마루에서 두 분 다 기다리셨는데, 4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이 되자 내가 조금만 늦을 때에는 거실 보조등만 켜고 다들 주무셨다;;

'나 내놓은 자식인가?' ㅋ~


그때 조금 늦으면 남편은 우리집 근처 PC방에서 잠을 자곤 했다. 넘나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ㅠㅠ 그래도 감사한 건, 남편이 전날 PC방에서 잠을 잤다고 하니 부모님께서는 아침에 얼른 나가서 남편 밥 먹이라며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때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셨다는 것이다.


(연예를 하는 여자분들~ 내가 만나는 내 남자를 부모님께 좋게, 올바른 사람으로 보이게 하고 싶다면 내 자신이 스스로 잘 해야만 합니다!! 허구헌날 집에 늦게 보내거나 안 들여보낸다면 그 어떤 부모님께서 그 사람을 좋게 보겠습니까? 힘들더라도 귀가 시간은 지키도록 노력하시는 게 내 남자의 점수를 따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이젠 남편이 우리집에 인사를 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엄마한테 말씀드렸는데...

"어딜 집까지 오려고 해!!" 그러시는 게 아닌가!!

와~ 완전 황당했다~ '그럼 지금까지 해주신 것은 뭐란 말인가~'


엄마랑 다투고 내 방에 올라가 있던 동안, 나중에 서야 사정을 알게 되신 아빠께서

"당신 왜 그렇게 했어~ 내가 한 번 부르라고 했는데!!" 하셨단다.


아빠의 그 말씀을 듣고 엄마도 곰곰이 생각을 오래 하셨다가 나를 부르고 말씀하셨다.

"여태 너희 언니,  오빠는 결혼적령기 즈음 처음 데려온 사람들과 다 결혼을 했기에 우리집에 오는 사람은 결혼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했었나 보다... 나도 생각이 좀 좁았고 뭣보다 아빠가 오라고 하셨다니 그렇게 하자."


그러던 중 언니가 한국에 오게 되었다.


언니의 시차 적응이 다 되었을 때쯤 엄마께서도 내 남편이 궁금하시고... 언니도 궁금해 했다고 하니 언니한테 남편을 먼저 만나보라 하셨단다.


지금은 없어진 연신내의 '로맨틱 가도'란 레스토랑에서 그렇게 언니와 나, 남편은 만나게 되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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