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

by 보리차


"모든 걸 너와 함께 할 거야."

처음부터 그가 했던 말이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알고 있었기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혼자를 준비해 온 내게

조심스러운 이야기였다

혼자가 단단해야

둘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니까.

둘이 된다는 건
나를 잃는 일일 수 있고,
다른 것들을 잃은 것 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말은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마지막에는 내가 가야 할 길이었고

들어야 할 말이었다.

차곡차곡 함께를 해나가는
오늘 데이트의 주제는 '세차'였다.

나는 거의 스스로 세차를 해본 적이 없다.
공주처럼 가만히 있는 게 좋긴 하지만

내가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고단한지 알기에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이고,
나를 사랑한단 이유로

집사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너무 귀해서
아껴주고 싶은 사람.

서툴지만

많이 챙겨주고
조금씩 함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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