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by 보리차


두 사람이 있었어.


그 둘은 너무 사랑해서

항상 같은 시간이길 바랐지
초침과 분침이 딱 맞아 들어가는 기적에 서로 감격하며
"우리 이렇게 같은 걸음으로 같은 곳을 보자."라고 약속했어.

당연하겠지만 하나는 점점 느려지고,

하나는 점점 빨라졌어
아무리 애써 비슷하게 맞추려 해도 그들은 결국 달라졌어
같은 시간을 가리키는 건 다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

그래도 둘은 여전히 사랑했어
멀어져 가는 서로에게 서운해지기도 했지만 말이야.


그러다 결국, 하나가 먼저 멈춰버렸어
남은 하나는 여전히 혼자 흘러야만 했어.

이건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작품, 『무제, 완벽한 연인』 속 두 개의 시계 이야기야.

똑같은 시간을 가리키는 두 시계를 보고
나는 직관적으로 슬펐어.
아마도 나 역시, 시간의 형상화와

사랑의 필연적인 슬픔에 대해
오래 생각해 본 적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



이 작품은 『미술관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라는 책 속에 실려 있어.
이 책은 그가 나에게 처음으로 선물했던 책이었어.
한 호숫가 근처의 조용한 카페에서
정성스럽게 책갈피를 꽂은 책을 선물했지
동전파스와 손목 보호대도 함께.

책을 선물하는 사람을 친구로 두고 싶었어
그만큼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란 뜻이고,
책은 항상 의미를 담아 주게 되니까.

물론 그는 사심보다는 가벼운 호의가 아니었을까
워낙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든

1년이 지나고, 다시 이 책을 펴니 또 다르게 읽혀.
역사를 되짚을 때, 뭐든 최초는 의미가 깊잖아.

그리고 이 책이 연애소설도 아닌데 이제 사랑이야기로 보여.


이 책의 작가는 참 뿌듯할 것 같아.
왜냐하면 제목 그대로 미술관에 가고 싶어진 독자가 생겼으니.


새로운 꿈

매일 천 원씩 모아서 모네의 수련 원작을 보러 가는 것

물론 그와 함께.

keyword
작가의 이전글특별함을 만드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