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유난히 즐거운 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
고성에서 맞이한 8월의 끝자락은
태풍 한 번 없이 더위가 이어졌고
바다는 따뜻했으며, 파도는 높았다.
고성은 느슨한 도시였다.
낮 동안엔 머리 아프고 복잡한 일들이
끝없이 몰려왔지만,
저녁이 되면 모든 게 달라졌다.
바다로 곧장 뛰어들어 맘껏 헤엄치고 파도를 탔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파도 모양 때문에
파도풀보다 훨씬 재밌었다.
숙소로 돌아와 씻은 뒤에는
바다를 보며 바비큐, 회, 치킨을 먹었고
아침 일찍 눈 뜬 이들은
바다를 걸으면서 붉게 솟아오른 일출을 맞았다.
한 번은 일행이 수영하다가
안경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가 바닷속에서 찾아낸 것이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추억
여행의 마지막 날은 그의 생일파티가 있었다.
일행들과 많은 서프라이즈를 의논했지만
깜짝 케이크로 대신했다.
마트에서 케이크 살 때부터 라이터가 없어서 찾으러 다닐 때까지
엄청 엉성해서
그가 속아준 건지,
정말로 속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마지막 날까지 즐거운 시간이었다
드라마 이런데 보면
친구들과 다 같이 바다에 들어가서 물 튀기면서 놀고 하는 장면들을
이제는 내가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행들이 있어서 좋았다
그는 같이 다니는 내내
나는 꼼짝도 못 하게 하고 먹을 것도 다 준비해 주고
모자고, 휴지, 우산 다 챙겨주고
그러다 너무 티 낸다고 혼나고
그렇게 깊어가는 게 너무 좋았다.
여름이었다.
그렇게 진한 여름이었다.
귀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