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써보겠다고.

나는 글을 써야하는 사람이거든요.

by 수프림

다소 건방진 제목으로 돌아왔다.

나는 글을 써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글을 잘 쓰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일단. 이렇게 써보기로 약속.


나와의 약속은 곧잘 깨졌고, 책임감이 강한 나는 유독 나와의 약속만을 쉽게 내팽겨쳤다.


최근에 나와의 약속을 지키게끔 만들어주는 사람이 생겨서, 그래서 그냥 약속하고 싶었다.

스물일곱의 나는


나와의 약속을 중히 여기는 사람

이 되고 싶어졌을 뿐이다.


나는 직장인이고, 글쟁이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중국어/독일어를 공부하는 사람이고, 매일 15분씩 짬을 내어 경제신문(한국경제, 매일경제)를 읽는 사람이다.

한때 방송작가로 일했고, 잠시나마 통역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나는 내가 성실하다고 생각하고, 성실함을 뺀 나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놈의 성실함이 분명 스물다섯의 나는 멱살잡고 잘 끌어줬는데,

스물다섯부터 스물일곱까지는 멱살은커녕 발가락도 옮겨주지 않더라.


나에게는 불같은 추진력이 부족해서. 하루하루를 꾸준히, 졸졸졸 살아가는 건 돼도, 콸콸콸 살아가는 걸 못한다.


서른이 되기 전에 인생 콸콸콸 사는 경험 한번 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쓰고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이라도 좋다.


이 글은 오직 나를 위한 글. 나와의 약속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고자 쓰는 글. 그것이다.


하, 나는 나를 정말 사랑한다. 그리고 귀한 시간 내어 이 글을 읽어주는 당신도, 일단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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