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 함께 자란 한 해
안녕하세요?
연말회고...를? 핑계 대며 미루다가 아직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만••
지난 글에서는 2025년 업무적으로 '함께 자라기' 위해 노력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는 일 밖에서 보낸 시간들을 정리해본다. '일 밖'이라고 하긴 했지만, 회사 밖에서 건강한 일상을 보낼수록 오히려 일할 때도 생기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일과 삶 둘을 흑백논리처럼 명확하게 구분 지을 순 없다고 느낀다.
회사에서는 배운 것들을 나누고 뿌리내렸다면, 회사 밖에서는 좋은 양분을 흡수하고, 나를 돌보며, 꾸준히 루틴을 이어가는 한 해였다.
올해도 많이는 아니지만 꾸준히 책을 읽었다.
특히 올해는 회사에 책 스터디를 만들자고 해서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다. 혼자서 읽는 것보다 같이 읽는 것의 장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첫째는 부드러운 강제성이다. 집에서 뭔가를 할 때보다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면 집중이 더 잘 되는 경험, 다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책을 읽을 때도 혼자 읽는 것보다 규칙적인 일정을 잡아 같이 읽으니 몰입이 잘 되었다. 둘째는 읽은 걸 말로 내뱉음으로써 정리되는 생각이다. 내가 읽은 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위해 말을 고르는 과정에서 나의 생각도 정리되고, 기억도 강화되곤 했다.
이렇게 다같이 읽기도 하고, 혼자 읽기도 하며 아래 3권이 올해 기억에 자리 잡았다.
되-게 재미없게 생겼는데 되게 재밌다(?)
'검색-평가-구매'와 같이 연결된 고객 가치 사슬의 한 지점을 끊어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성공 기업의 사례를 다룬다. 우리 회사에, CRM 업무에 적용해볼 수 있겠다 싶은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서 메모를 남기며 열심히 읽었다.
기존 비즈니스에서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개선으로 더 임팩트 있는 성공을 만들 수도 있다.
하던 걸 더 열심히 하는 게 꼭 최선일까?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다른 좋은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의 종류에는 돈, 시간, 노력 외에도
'위험 관련 비용'이 존재한다. '이 브랜드 믿을 만한 상품인가?'하는.
브랜드 자산이 있는 기존 기업은 이런 면에서 신뢰가 높다.
돈만이 비용의 전부가 아니다.
CRM을 하면서 열심히 해도 결국 고객은 최저가를 찾아 떠나가는 것 같아 한참 무력해졌을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 비용은 CRM으로 줄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파트리더가 되면서, '나의 역할은 뭘까', '난 뭘 해야하는 사람일까' 같은 고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의 내용을 나의 상황에 써먹어 보고 도움을 얻었다.
당신이 할 일은 실무자가 능력을 스스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파트원이 해메고 있거나 도와달라고 하면 처음엔 대신해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이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내가 가져간 셈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무작정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스스로 본인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게끔 질문하고 정답으로 유도하고 있다.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번째 원칙은 일방적인 권한을 포기하는 것
그동안 1 on 1 대화 주제를 직접 생각해갔는데, 이 문장을 보고서는 파트원 분들께 미리 나누고 싶은 대화 주제를 적어와달라 했다. 대화 주제의 주도권이 파트원에게 있기에 그 분에게 현재 필요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대화의 깊이가 깊어지는 걸 느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여유 속에서 생각이 유연해진다고 말한다. 니체도 스위스 호숫가를 산책하는 것이 창작의 원동력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스위스 여행에 잘 맞겠다(?) 생각하고 가져가서 읽었다.
뇌가 음악, 시, 그림과 같이 무용한 것들을 추구하지 않고
정보 탐색에만 몰두하면 감정을 표현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뇌의 유연성은 퇴행한다.
뇌는 그때부터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으로 경험할 수 있는 무상한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다.
늘 머물던 환경 안에서 잘 하려고 하다보니, 중요한 걸 잊고 살았다. 내가 일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인데,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은 미루고 있었다.
산만함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대학생 때 거리에서 본 타로 내용이 생각났다. '산만함'을 뜻하는 알록달록한 카드가 나왔다. 그때는 나는 왜 하나에 집중해서 직선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직성이 풀릴까해서 내가 마음에 안들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산만함이 있었기에 콘텐츠를 의도대로 기획하고, 복잡한 것도 기술로 표현할 줄 아는 다채로운 사람이 되었다.
4) 모순 - 소설은 취급 안했었는데, 재밌어서 누워서 밤 늦게까지 다 읽었다. 소설을 읽으면 뇌과학적으로도 좋다고 어디서 그랬다.
5) B주류 경제학 - 경제는 어려워서 자꾸 피하게 되는데, 잘 아는 불닭볶음면은 왜 떡상했는지 이런 소비 현상을 살펴보면서 시장의 흐름을 읽으며 앞으로를 전망하는 게 흥미로워서 후루룩 읽었다.
6) 푸딩의 세계 - 푸딩 한 가지 주제로 이렇게 깊게 팔 수 있다니..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올해는 의식적으로 '잘 쉬기'에도 신경을 썼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영감을 얻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름, 스위스
올여름에는 끈적끈적한 날씨에서 벗어나서 시원한 나라로 도망가고 싶었다. 묵혀둔 휴가를 몰아써서 친구랑 스위스에 다녀오기로 했다. 처음에는 행복을 찾아서 너무 과소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돈이면 동남아 여행을 N번 갈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에. 이런 고민을 직장 동료에게 이야기 하니까 '효율을 따지면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라는 대답을 주었다. 어쩌면 비효율적일수록 행복한 것 같기도 하다.
인스타에서 스위스st 여행지도 많이 봤는데, 진짜 스위스는 차원이 다르다. (일명 '스위스 자연 차원 달라병') 피르스트 햇볕 아래 1시간 정도 땀 뻘뻘 흘리며 등산하다가 만난 바흐알프제 호수는 벅차오름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괜히 등산하자해서 사서 고생하나 싶었는데, 고생 끝에 만난 광경이라 더 선물 같았다. 힘들어도 끝까지 와서 이 풍경을 마주한 우리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뭐든 못하겠어? 라는 자신감을 주었던 순간이어서 폰 잠금 화면으로 설정해두고 매일 보고 있다.
추석 연휴, 라스베가스
연휴에 걸쳐서 Braze Forge 행사로 라스베가스 출장을 다녀왔다. 행사가 끝나고 이틀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회사 사람들과 하루는 후버댐/그랜드캐니언, 마지막 하루는 아울렛/전망대에 다녀왔다.
식당 앞에 강아지가 아닌 소가 있는 미국 스케일이 새삼 어이없었고 그랜드캐니언에서 하늘을 보며 여긴 별이 쏟아지겠지 싶기도 했다. 처음에는 회사 사람들과 공항에 있는 것 자체가 약간 AI로 만든 영상같은 꿈이었는데 (이거 무슨말인지 아세요?) 함께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그 전에도 회사 사람들과 친했지만, 뭔가 모르게 약간 어색한 기류가 있었다. 근데 이게 풀어진 계기가 라스베가스 출장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연차 내고, 전주/강릉/오이도
틈틈히 연차도 내고 국내 여행도 즐겨줬다.
발표 준비하랴 내 일하랴 부재자 대신 일하랴 바빴던 2~3월을 보내고 보상처럼 다녀온 전주 여행.
본가가 전주여서 평소에도 자주 가지만, 가보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한 곳들을 마주하니 새로웠다. 전주 사람이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나가 살다보니 전주에서 놀러다닌 기억은 많지 않다. 나중에 연차 길게 내고 전주에서 셀프 방학(?)을 보내보고 싶기도 하다.
작년에 갔던 강릉이 너무 좋아서 또 다녀왔다. 작년만큼의 리프레시를 원해서 다녀왔는데, 한번 더 가니 여전히 재밌었지만 새로움은 덜했다. 처음이 계획할 땐 더 어렵지만, 처음의 재미는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만의 연말 리추얼이 있는데, 바로 올해 마지막 해 보기다.
일출을 볼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에게 최고의 연말 보내는 방법이다. 올해도 31일에 오이도에 가서 마지막으로 지는 2025년 해와 인사했다. 25년을 잘 보내서 26년을 잘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국제차문화대전
카페인이 잘 안 받는 몸인데 피곤하다가 커피를 매일 마셨더니 이제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올해는 차를 가까이 했다. 그리고 차 문화대전에도 관심이 생겨서 다녀왔다.
이곳에서는 친절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감귤차 부스를 운영하시는 분께서 시음할 차를 우리는 동안 손을 포개어 대고 계셨는데, 차가 맛있어지라고 그런 거라고 하셨다. 따듯한 마음과 진심이 차에도 같이 우러져 나왔을 것 같다.
사찰음식대축제
다른 식음료 박람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일회용품을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맨 손에 음식을 받거나 아니면 뻥튀기 접시인 것도 귀여웠다. 불교의 사상과도 잘 어울려 불편함보다는 새로운 경험으로 느껴졌다.
나물 다듬기 체험도 신청해서 해봤는데, 다듬은 나물은 집에서 무쳐먹을 수 있도록 사찰 음식 레시피와 함께 담아주셨다. 체험이 집까지 이어져서 더 여운이 길게 남았다.
+) 흑백요리사 선재스님이 뜨기 전부터 절밥에 관심 있어서 간 박람회인데, 돌아오는 해부터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다^_ㅠ
국제도서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국제도서전은 놓칠 수 없는 행사다. 무엇보다 무더운 여름에 피서에 이만한 곳이 없다.
특히 큐레이션을 잘했다고 느꼈다. 다산북스는 두꺼워서 손이 잘 안가게 되는 책에는 '지금 읽으면 크리스마스까지 완독 가능한 책'으로 이름 붙였다. 또한, 영화/드라마로 소개된 작품들을 '스크린이 사랑한 이야기'라고 말한 것도 와닿았다. 어크로스에서 MBTI처럼 어울리는 책의 분야를 테스트로 처방하고, 관련 책을 큐레이션해 보여준 것도 기억에 남았다.
다 잘 기억해뒀다가 2026년에도 다 또 가야지!
일회성 경험도 좋지만, 꾸준히 이어가는 루틴이야말로 진짜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올해도 여러 루틴을 이어갔고, 새로운 시도도 했다.
올해는 유독 춤을 많이 췄다. (무슨 아이돌 연습생인줄)
Pink Hoodie, Like Jennie, with IE, Wickid, GO!, Fashion을 배웠다. 처음 배웠던 2년 전쯤을 생각하면 거울 속 삐그덕거리는 내가 웃겨서 꿀잼이었는데, 이제는 거울을 봐도 웃기진 않다(?) 춤을 배운 날은 몸과 정신에 활기가 돈다. 몸이 움직이면 생각도 움직인다. 그리고 처음 춤을 배울 때는 '틀리지 않아야지'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냥 몸이 익는 느낌이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는 '중심을 잘 잡아야지'했지만 익숙해지면 몸이 익는 것처럼. 뭐든 몸이 익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추우면 수영 생각이 쏙 들어가서 4월부터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올해는 접영과 자유형 팔꺾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접영은 웨이브가 정말 어려웠다. 유연하게 몸을 움직어야 했는데, 내 몸은 마치 횟집 활어 마냥 철퍽거려서 물 속에서 웃참했다. 근데 하다보니 또 잘 되더라. 수영을 하면서 느낀 건, 작은 변화가 쌓이면 큰 차이를 만든다는 거였다. 하루하루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몇 달 후 돌아보면 확실히 실력이 늘어 있었다. 뭐든 과도기가 있는 법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헬스를 시작했다. 수영은 겨울에는 추워서 못하니까 집에서 홈트를 하다가 지겨움을 견디지 못하고 등록했다. PT는 없이 혼자 하는 거라 올바른 자세와 자극점을 찾기 위해 유튜브와 인스타를 보다보니 알고리즘이 건강해졌다(?) 예전에는 운동을 외적인 미를 위해 의무감에 하는 게 강했는데 이제는 운동을 하고 난 후에 또렷한 정신이 좋아서 하는 날이 많다. 몸 근육도 마음 근육도 꾸준히 늘려나갈 생각이다.
4) 식물 돌보기
실내 공간의 10%가 식물이면 뭐 어디에 좋다고 들었다. 아직 우리 집의 10%도 차지하지 않는 2개의 화분 밖에 없긴 하지만, 집에 식물을 들이고 나서 식물 상태를 확인하는 게 루틴이 됐다. 물을 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옮기고 나면 은은하게 뿌듯하다.
또 어디서 봤는데, 최고의 인테리어는 청소라고 한다. 여전히 깔끔하지 못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 청소를 하고자 했더니 작년보다는 청결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올해는 집을 좀 더 내 취향에 맞게 꾸미는 데도 시간을 썼다. 조명을 들이고, 작은 소품을 놓으면서 공간이 변하는 걸 지켜보는 게 즐거웠다.
특히 재택 근무하는 공간을 정리하면서, 환경이 생산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했다.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에서 일하니 집중도 더 잘 되고, 기분도 좋아졌다.
올해는 브런치에는 글을 2편 밖에 올리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보니, 기록 남기기보다 업로드가 목표가 되어서 강박으로 느껴져 회피한 것 같다. 처음부터 거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자주 조금씩 하는 게 습관 만들기에 좋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오는 해에는 '월 N회 업로드하기' 같은 무거운 목표를 세우기보다 자주 브런치에 들락거리려 한다.
협업하는 분마다 공통적으로 '마케팅 수신 동의,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는지'를 궁금해했다. 나 또한 이 참에 좋다고 생각한 레퍼런스의 특징을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글을 썼는데,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된 것 같다. 돌아오는 해에도 좋은 사례를 나만의 언어로 나눠봐야겠다.
자동화 CRM 캠페인 기획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글이다.
'개인화 메시지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건 알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를 동료 분을 위해 나의 기획 프로세스를 정리했다. 그리고 브런치에도 그 일부를 나눠보았다.
이런 나만의 프로세스를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나에게는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고 프레임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방식일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사고법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업무 밖에서 보낸 2025년을 돌아보니, '나를 돌보는 일'의 중요성을 깊이 느낀 한 해였다.
책을 읽으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글을 쓰며 배운 것을 정리하고, 여행을 다니며 영감을 얻고, 루틴을 통해 꾸준함의 힘을 경험했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라, 일 밖에서 흡수한 양분이 일에서도 빛을 발한다는 걸 느꼈다.
2025년은 정말 '함께 자라기'를 실천한 한 해였다. 업무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성장했고, 업무 밖에서는 나 자신과 함께 성장했다.
2026년에는 어떤 씨앗을 심고, 어떤 열매를 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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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 | 김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