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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다시 쓰다

새 학기와 '신혼 생활'

by 닥터플로

여섯 살 아이를 상대하던 국어책에게

예순여섯의 어른이 외치신다

"아, 이거 받침이 왜 이렇게 어렵나!"


지금껏 받침을 몰라 흔들리며

주저앉는 날도 많았지만

지나온 삶이 틀린 길은 아니었다


발걸음이 휘청였던 세월은 가고
그녀는 다시 연필을 들었다

그리고, 꼿꼿하게 다시 일어서서 간다


지난주 우리 학교 청소여사님이 초등과정의 야학에 입학하시고 신나 하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쓴 글입니다. 66세의 어르신이 초등학교 1학년 국어책 앞에서 받침 하나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느껴지시나요?

66세 어르신의 받아쓰기

지난 글에 소개해 드렸던 70대에 박사학위를 따신 분(https://brunch.co.kr/@af653f949f7a4c7/39)도 그렇고 '배움에 나이가 없는 것'은 확실합니다.


지난주 새 학기의 첫날 스무 명에 가까운 새로운 학우들을 알게 되고 동시에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고, 수강 과목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세 번 반복해야 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죠.


그런데, 석사과정 때보다는 조금 쉬워진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도 '내돈 내산'의 뚜렷한 목표가 있고 확신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박사 과정을 시작할지 말지 고민하며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연애를 어느 정도 한 사람이 결혼을 고민하며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과 같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들었던 교수님의 이야기입니다. 마음은 정해 졌고 이제 결혼생활을 잘 이어가야 합니다. 이미 박사과정생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2주에 한 번 관심 주제와 관련한 논문 소개와 연구방법론에 대해 이야기 시간을 갖기로 했으니 어쩌면 알찬 신혼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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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