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는 벽
흐릿한 담장 아래
검은 머리들이 웅성거린다
세월에 갈라진 틈으로
한숨은 새어 나가고
거친 숨으로 담을 넘던
검은 그림자들과
맨몸으로 엎드려
입을 가렸던 지난날
그날엔 그들이 틀렸고
지금은 내가 틀렸다
움직이지 않는 벽
그 자리에 그대로인데
"체제가 벽을 만든 게 아니었다. 지금껏 그들은 틀렸고, 나는 옳았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남은 건 그대로 서 있는 담장뿐이었다."
어쩌면 움직이지 않는 건, 벽이 아니라 나 자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적어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