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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다'의 의미

생각이 쏟아지는 화수분

by 닥터플로

캔, 비닐, 플라스틱
쏟아지는 자원들


분리하면 보물이 되고

섞이면 쓰레기로 남는다


매일 찾아 분리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공원 벤치 아래에는
화수분이 숨겨져 있다


아침 운동으로 시작한 플로깅이 이제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일 주워도 줄어들지 않는 쓰레기를 보며, 자주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생각으로 버리는 걸까요?”

사람들은 더 이상 쓸모없어진 물건, 비워진 용기, 남은 찌꺼기들을 버립니다. 조금 전까지 내 것이었던 물건을 마치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듯이, 그것들이 어디로 가고 어떻게 사라지는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쉽게, 익숙하게 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누군가는 그 쓰레기들을 줍고, 분류해야 한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생각한다면 쉽게 버리기 어려울 텐데 말입니다.


플로깅은 이렇게 ‘생각거리’를 줍게도 합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행위가 아니라, 무엇을 의미 있다고 보고 무엇을 무의미하다고 판단하는지를 드러내는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사람에 대한 태도로도 확장될 수 있지요. 필요했던 관계, 도움이 되었던 사람조차 어느 순간 ‘버려도 되는 것’으로 쉽게 판단해 버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버리는 행위는 누군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정작 버리는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난 뒤라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합니다. 마치 버려진 것들을 마주한 사람의 감정이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를 설명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Schrödinger’s cat)처럼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는 '슬픔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고, 심지어 버린 사람은 알고 싶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새벽 플로깅이 좋은 이유는 이런 생각들을 천천히 곱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볼 여유가 있는 새벽 시간, 주변은 고요하고 아름답습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오늘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어갈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며, 정작 왜 바쁘게 사는지, 그 바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돌아보는 시간을 놓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찾는 삶의 의미란 그런 성찰의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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