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차기로 우수상을 받다
뱃살 빼는데 집중하다
볼살 빠지는 것은 생각 못했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발목 통증의 이유는 찾지 않았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일이 새롭다는 것을 잊고
생각이 흩날려 쌓이는 계절에
한 줄 적는 것마저 잊고 살았네
그렇게 잊고 살던 나에게,
페이스북의 흔한 프로필 사진 한 장이 다가왔다.
2020년 여름,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초등학교 동창이 올린 바디프로필 사진을 보게 되었다. 날씬한 몸매도 그렇지만, 지천명에 가까운 나이에 복근이 드러나는 단단한 몸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웠다.
그 무렵 나는 80kg을 넘긴 몸무게로, 나의 마지노선인 34인치 바지를 한 치수 더 늘려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주저하지 않고 오랜 친구에게 연락해 놀라운 복근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친절한 설명을 포함한 친구의 조언은 단순했다.
“복근은 살이 빠지면 자연히 드러나는 거야. 아침 식전에 5km를 꾸준히 뛰어, 그리고 비 오는 날엔, 아파트 30층을 5번 올라봐. 3개월 정도면 너도 복근이 보일 거야”
그렇다. 인터넷에 좋은 정보가 넘쳐 나지만, 막상 믿고 따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내 주변 사람의 변화, 내가 직접 목격한 사례는 다르다. 그것은 의심을 넘어, 행동하게 만든다.
행동을 시작한 첫날 100미터 조깅에도 나는 숨이 턱까지 밀려왔지만, 먼저 달리기를 시작한 주변 친구에게 조언도 받고 마라톤과 관련한 책도 읽으며, 하루하루 빠지지 않고 기록을 쌓아갔다.
두 달이 지나자, 나는 하프마라톤을 뛰고 출근하는 생활형 마라토너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해 12월 12일 비대면 춘천마라톤 풀코스에 참여하여 5시간대에 완주를 하게 된 것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습관의 힘이라는 것이 이렇게 강하고 무섭다.
달리기를 하면서 매일 아침 만나는 것은 정다운 이웃과 아름다운 공원의 일출뿐만이 아니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비닐 종이와 반쯤 남겨 버려진 투명 컵들... 나는 같은 코스를 서너 바퀴씩 달리면서, 그것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매일 봉투 하나를 마련해 그것들을 처리했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는 이웃들의 웃음과 칭찬, 아침 해의 정기를 받으며 장거리 달리기를 이어갔다.
어느새 몸무게는 68kg이 되고, 시나브로 35인치까지 늘어났던 바지들은 웃음과 함께 재활용 수거함으로 보내버렸다. 그런데 다른 고민이 생겼다. 뱃살과 함께 얼굴의 살도 함께 빠져버린 것이다. 이에 더해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은 날렵한 내 모습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걱정스러운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그렇다. 아침 햇살에 선크림도 없이 매일 달렸으니, 새까만 얼굴에 더해 옴폭 들어간 볼살은 그들에게 어딘가 아픈 환자로 보인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교동창 친구들과 설악산 귀때기청봉을 10시간 등반하는 고단함 속에서, 나는 본의 아니게 눈앞에 마주친 친구들의 탄탄한 엉덩이를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 친구들의 엉덩이를 장난스럽게 찔러보며 비결을 물었을 때, 체육교사로 일하는 친구는 런지동작과 함께 웃으며 말했다.
“달리기는 유산소 운동으로 근력손실이 있어, 그래서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하는데 이렇게 런지를 해봐.”
또 다른 친구 역시 거실 TV 앞에 역기를 두고, 틈나는 대로 스쿼트로 하체를 단련한다고 했다. 두 친구의 동작과 설명을 듣다가 문득 매일 아침 습관이 된 플로깅이 떠올랐다. '가만, 내가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동작이 바로 런지와 스쿼트가 아닌가? '
집으로 돌아와 나는 런지와 플로깅을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리고 플로깅의 효과 중 하나가 그 런지와 스쿼트를 통한 하체 단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허리를 숙이는 대신 런지 자세를 생각하며 집게를 들었다. 덕분에 자세가 안정되고 운동 효과는 더욱 좋아졌다. 심지어 내 모습이 멋있다는 이웃의 칭찬을 듣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지금까지 플로깅을 즐겁게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기록을 위해 빠르게 달리거나, 하프마라톤을 뛴 다음날이면 걷기조차 힘들 만큼 발목 통증이 이따금 찾아왔다. 근처 정형외과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약과 함께 당분간 쉬라는 조언만 주었지만, 스스로 생각해 찾아낸 원인과 처방은 단순했다. 원인은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귀찮음으로 생략했기 때문이었고, 처방은 그것을 충실히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통증이 사라지면 그 원인마저 잊고,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그렇게 간헐적인 발목 통증과 함께했던 5년의 시간이 무심히 흘러갔다.
그러던 지난주, 좋은 인연으로 자주 연락하며 지내는 교장선생님께서 다음 주 열리는 '자작나무숲 둘레길 걷기 대회'의 번외경기인 제기차기에 좋은 상품이 있다며 참가하기를 권하셨다. 여덟 개 정도만 차면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에 용기를 얻은 나는, 즐겨 찾는 ChatGPT에게 일주일 제기차기 스케줄을 부탁했다. 그리고 상품을 받을 수 있게 , 매일 아침 플로깅 후 그 자리에서 10분간 제기차기에 몰두했다.
운동 후 10분 정도의 연습이라 첫날은 최고 9개, 둘째 날은 11개, 셋째 날은 14개, 넷째 날은 쉬고 다섯째 날 목표했던 15개를 찰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달릴 때마다 느껴지던 발목 통증이 사라진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요 며칠간 제기를 차는 동안 몸의 균형을 잡으며, 발목을 좌우로 움직이는 동작에서 마무리 운동이 자연스럽게 된 것이다. 알아보니 운동생리학적으로도 제기차기는 발목의 관절 안정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놀라운 일, 5일간의 제기차기로 아슬아슬하게 목표했던 상품을 받게 되었다.
다음은 제기차기 대회 영상이 포함된 지난 일주일의 플로깅 기록, 유튜브 영상입니다. 습관처럼 올리는 유튜브 영상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간 나실 때 방문해 주시고, 피드백을 더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https://youtube.com/shorts/EVijaU_l0gA?si=0fH0GIun1zxzKZR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