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알바는 1년 정도 지속됐다. 다른 청춘들이 대학이나 직장 생활을 할 때 나는 약간은 비현실적인 놀이공원 알바로 여러 가지 경험을 한 것이다. 폭죽과 페스티벌 놀이기구 그리고 잔디밭, 술과 첫사랑 같은 것. 다시 오지 않을 추억.
시간이 지날수록 누군가는 군대에, 누군가는 취업을, 누군가는 대학에,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고 나도 이 방황을 끝내고 어른처럼 살아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하고 싶은 것과 현실의 기로에서 사회적 기준에 맞는.
잠시 방황 중이라는 꼬리표를 떼야할 시간!
잠실엔 롯데월드 옆에 롯데호텔이 있었다.
그 당시 MBC에서 방영하는 '호텔리어'라는 드라마가 큰 히트를 치고 있었고, 역시나 잠실 귀퉁이엔 호텔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참 좋은 부자 동네, 기회는 이때!
어찌어찌 롯데 아르바이트생이 되었다. 호텔 식음료파트에서 커피숖과, 중식, 일식, 뷔페 중 파트를 정해주면 딜리버리 일을 하는 것이었다. 음식을 나르고 주문을 받고 손님응대를 하는 일. 멋진 제복도 입고, 맛있는 음식이 넘처나는곳. 한 번도 구경해 보지 못한 호화로운 세계였다. 물론 일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전직 분식집 아르바이트생 경험이 도움도 되고. 무엇보다 시급이 비쌌다. 호텔 직원분들의 말로는 정식 직원이 되면 월급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 나도 여기 정식 직원이 돼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리어가 되는 방법은 첫 번째 호텔관광학을 전공한 학생이어야 했다.
두 번째 방법은 종로 쪽에 호텔직원 교육을 하는 학원이 있으니 그곳을 졸업하고 시험과 면접을 보면 정식 직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학원 생활이 시작됐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진짜 놀면서 한 학원생활.
뭔가 간절하지 않았던 거 같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맘도, 잘해야겠다는 마음도 없었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호텔 체험을 시켜주었다. 남산에 멋지게 자리 잡은 힐튼이나 하얏트 같은 특급호텔에서도 연회장 일일알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티브이에서나 보던 연회장 규모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직원과 알바는 다르다. 예정된 학원 공부가 끝나고 이제 면접과 시험을 보러 다녀야 할 시기.
날라리로 학원을 다니다 보니 공부를 하나도 안 해서 막상 면접이나 시험을 보러 가면 떨어지기 일쑤였다. 붙는 게 이상하지! 그러다 운 좋게(그 당시엔 취업이 잘 되던 시기였다) 국회의원들이 많이 온다는 별 4개 정도의 호텔 일식당에 취직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고등학교 제2외국어가 일본어. 일본어 시험을 어렵게 통과한 것이다.
역시 부모님은 너무 좋아하셨다. 아르바이트생에서 번듯한 직장을 다닌다는 것에 꽤 만족해하셨다.
나는..... 뭐 우선 그럭저럭 다닐만했다. 호텔은 2교대가 기본이었고 나는 신입이다 보니 새벽에 출근.
식당 오픈하고 홀 세팅이 주 업무였다. 그곳에는 주로 조식 먹으며 회의하는 정치인들이 많이 왔었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 안기부 직원 같은 비밀요원 같은 사람들이 자주 들르곤 했다. 마치 친근한 옆집 사람처럼 들락날락하며 서빙하는 직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비밀스럽게 물어보곤 했다. 어린 나로서는 문화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