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나라 롯데월드에서 청소부로 일하다!
내가 20살이 되던 1995년 졸업식과 함께 학교를 벗어나 우리는 진정한 자유, 사실 진짜 책임과 의무가 맞닿는 시기지만....
우리는 그때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다는 해방감에 들떠 있었다. 어떤 시험, 경쟁도 없이 이제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들뜬 마음에 빠지는 나이.
나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시시껄렁한 술이라던지, 담배, 클럽, 염색, 화장 그리고 첫사랑 같은 것에!! 뽀송한 입술은 어쭙잖은 립스틱으로 채워지고, 교복을 벗고 과감하게 찢어진 청바지에 맥주를 홀짝이며, 좌충우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에 도전하며 깨지고 부딪치는 그런 시기.
그때 나는 취업이라는 문 앞에 서 있었다. 3년 내내 맞지 앉는 학교 생활로 공부는 놓은 지 오래였고, 대기업 비서실이나 은행에 취업하는 친구들 사이에는 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다른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무엇으로 사회에 나가야 하나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고 싶은 건 그림이었지만 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
석양이 퍼지는 아름다운 석촌 호수를 바라보고 있지만 눈앞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잠실 지하를 방황하다 한 장의 포스터를 봤다.
“꿈과 환상의 나라 롯데월드 캐스터를 모집합니다. 당신의 도전을 기다립니다.”
졸업은 했고, 취업은 쉽지 않고, 우선 용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에 지원했다. 그곳엔 여러 가지 파트가 있었다. 매표를 하는 파트, 식음료파트, 청소파트.
나는 청소파트를 지원했다. 이유는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기 때문 아닐까? 여전히 나는 내성적인 아이니까.
롯데월드는 그때만 해도 아주 핫한 곳이었다. 실내 놀이공원이란 콘셉트도 특이했고, 무엇보다 디즈니 성이 있었으며, 환상적인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곳. 온갖 비명과 퍼레이드 송이 울려 퍼지는 곳!
워낙 겁이 많던 나는 놀이기구 타는 걸 싫어했지만, 밤 12시 불이 꺼진 롯데월드는 360도 회전하는 열차를 타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마치 신데렐라의 마법처럼, 나의 유리구두를 알아줄 왕자님이 있는 것처럼.
청소아르바이트는 간단했다.
넓디넓은 놀이공원 내부를 5 구역으로 나누어 그날그날 출근 도장을 찍으면 구역을 배정받는다. 4-5명 정도의 인원이 정해진 구역을 순찰하듯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1시간을 기준으로 30분은 쓰레기를 줍고 30분은 쉬는 구조였다. 놀이 공원의 곳곳에는 커다란 나무나 가짜 돌벽등에 숨겨져 있는 문이 있었다.
그곳을 열면 작은 대기실이 나오곤 했는데, 그곳은 어디선가 얻어온 소파와 의자, 테이블이 있었고 벽 쪽으로 선반들이 있었다. 그 안에는 각종 쓰레기봉투와 청소용품들이 들어차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항상 음악이 플레이되는 라디오가 있었다. 그리고 각지에서 온 남녀 아르바이트생들이 가득했다.
여고에서 남자 친구 한번 없이 지내온 나에겐 진짜 꿈과 환상이 있는 공간이었다. 혹여 관심 있는 사람과 같은 구역에 배정받으면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에 대기실의 문을 열 때마다 초긴장상태가 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