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을 좋아하는 우리사회
이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결국 추락해 목숨을 잃는다. 그의 날개를 붙인 밀랍이 태양의 열에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오만과 경계를 넘으려는 위험을 경고하는 교훈으로 전해져 온다. 그런데 만약 이카로스가 태양에 무사히 도달했다면,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지금처럼 기억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성공보다 실패를, 특히 그 실패가 비극적일 때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이카로스 신화와 비슷한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인물들이 작은 실수나 판단 착오로 인해 추락할 때, 우리는 그들을 동정하기보다는 조롱하거나 경멸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최근 한 유명 유튜버가 학교폭력과 관련된 인물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대중의 비난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그 유튜버는 그간 많은 방송 출연을 통해 인기를 끌었지만, 작은 실수 하나로 인해 순식간에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그의 과거는 낱낱이 파헤쳐졌고, 작은 결점마저 조롱의 대상이 되며 그의 성공은 단순한 가십거리가 되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그는 누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그저 판단 착오로 인해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작은 실수가 빌미가 되어 그의 성공이 급작스럽게 무너져 내리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일까? 이 현상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조금이라도 흠이 보이면, 그 사람의 모든 성취를 부정하고 깎아내리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모든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사람마다 성향과 기질이 다르고,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그들의 작은 결점조차 쉽게 용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 사회는 유명 인사나 성공한 사람들에게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우리는 그들을 질투하고 비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사회적 질투심의 일종일 것이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그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이나 불안이 그 사람의 성공을 깎아내리려는 심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그 정도가 지나치게 심화된 듯하다. 성공한 사람은 마치 초인처럼 완벽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기대가 존재하고, 그들이 조금이라도 도덕적 결함을 보이면 그들의 모든 성과는 무너지고 만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 없듯, 성공한 사람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성취를 존중하면서도, 그들의 실수를 용납할 수 있는 사회적 관용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서로의 성공을 기꺼이 축하하고, 실수를 했더라도 그것이 성과 전체를 부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사회는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가 될 것이다. 반면, 결함 없는 초인만을 요구하고, 작은 실수에도 극단적인 비난을 퍼붓는 사회는 파시즘이나 전체주의 같은 위험한 공동체로 변질될 수 있다. 건강한 사회는 개인의 흠결을 인정하면서도 그 사람의 성취를 정당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회다.
우리 사회에서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로, 타인의 성공에 대한 질투심을 표현하곤 한다. 이제는 이 마음을 넘어서, 다른 이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우리는 서로가 잘되기를 바라고, 함께 성공을 축하하는 사회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