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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드 Oct 07. 2024

죽음 뒤에 남는 것들

10월의 장례식장에서...

코끝에 서늘한 바람이 스치는 날, 아버지로부터 작은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장례식장은 진주에 있었고, 장지는 우리 성씨의 집단묘지였다. 작년 명절까지 찾아뵈었던 분이라 부고 소식을 듣자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시기가 찾아왔다는 사실에 깊은 비애가 밀려왔다.


작은할아버지의 장례식에는 직계가족이 아니어서 회사에서 기복휴가를 받지 못해 참석할 수 없었다. 대신 발인과 화장, 그리고 묘로 이동하는 과정에 유가족들과 함께했다. 작은할아버지의 자녀들과 손주들이 많아 장례식은 쓸쓸하지 않았지만, 문득 내 아버지와 나의 장례식을 떠올리자, 자녀 수가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장례식은 훨씬 더 황량하고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장에서 고인을 화장할 때, 그리고 묘지에 묻을 때,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마도 고인과의 실체적인 이별이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나도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묘지에서 마지막 이별을 할 때는 기독교 의식에 따라 고인의 죽음을 신에게 의탁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 줌의 재로, 그리고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의 덧없음을 목도하며, 왜 인간이 종교에 기대어 살아가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죽음 뒤에 무엇이 남을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고인의 묘비에 새겨진 많은 후손들의 이름을 보며 그가 생전에 남긴 것은 바로 그 후손들이었음을 깨달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인간이 죽음 뒤에 남기는 것은 자신의 DNA를 이어받은 후손들일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이며, 보통 사람이 죽음 뒤에 남기는 유산인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사람들은 후손 외에도 다른 것들을 남긴다. 수많은 위인들처럼 철학과 정신을 책으로 남기거나, 어떤 이는 전쟁이나 권력을 통해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도 한다. 부자였던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오래 기억되도록 자선재단이나 건물을 기증하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모두 죽음 뒤에 '내가 이 시대에 살았노라'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위대한 인물부터 평범한 사람들까지, 심지어 시대의 악당들조차 자신의 이름과 흔적을 남기길 바란다.


나는 과연 나의 죽음 뒤에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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