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마음의 출발점 / 2회
상담실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른들을 자주 만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울면서도 사과를 한다.
“제가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을까요.”
“별일도 아닌데, 죄송해요.”
나는 그때마다 속으로 생각한다.
이 사람은 눈물이 많은 게 아니라, 울 기회를 너무 늦게 얻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한 번은 40대 후반의 내담자가 이런 말을 했다.
“어릴 때 울면 혼났어요.
‘그만 좀 울어, 그럴 일 아니야’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죠.”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정지 명령이었다.
아이는 그 순간 배운다.
슬픔을 느끼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슬픔을 표현하지 말라는 뜻이라는 걸.
울면 분위기가 나빠지고,
울면 어른이 곤란해지고,
울면 더 큰 소리가 돌아오는 집에서 아이는 아주 빨리 눈물을 삼키는 법을 익힌다.
그렇게 울지 않는 아이는 의외로 칭찬을 많이 받는다.
“참는다”
“의젓하다”
“어른스럽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그 말들 뒤에 숨은 진짜 의미가 보인다.
그 아이는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게 아니라, 느끼지 않은 척을 잘하게 된 것뿐이다.
울면 안 되는 아이는 슬픔보다 책임을 먼저 배운다.
내 감정보다 상황을 먼저 살핀다.
그리고 어느새 자기 마음을 돌보는 일보다 남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문제는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된 아이가 정작 어른이 되었을 때다.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 아파도 버티고, 힘들어도 설명하지 않는다.
상담실에서 그분은 말했다.
“제가 왜 이렇게 감정 표현을 못하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울면 안 됐던 아이가 그대로 커버린 것 같아요.”
그 말에는 자책보다 이해가 먼저 담겨 있었다.
그 순간이 중요하다.
자신을 나무라던 시선이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혹시 당신도 눈물이 올라오면 먼저 참는 사람이라면, 속상해도 “괜찮아”라는 말이 자동으로 나온다면, 그건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다.
그 시절의 당신은 그렇게라도 자신을 지켜야 했다.
그리고 꽤 잘 해냈다.
이제는 그때만큼 애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와 있다.
울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는 대신, 울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인정해 주는 것부터 시작해도 된다.
오늘의 알아차림 한 줄
울지 않는 어른은 강한 사람이 아니라, 너무 일찍 어른이 된 아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