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집

전수현 자작시 #47

by 화암산방 전수현

시린 집




돌쩌귀 틀어진 방문과

미어진 창호지 사이로

겨울이 통째로 드나든다


속이 터져 내장이 드러난

지친 의자 하나

인기척을 기다리며

문풍지 소리에 귀를 연다


의자를 닮은 노인

노인을 닮은 등 굽은 집

지친 외로움이 눌어붙어

초점이 흐린 노인의 눈에

빈 듯 가득 들어 찬 허공


이마에 패인 깊은 밭고랑에는

수십 겹의 살아낸 시간의 씨앗들

기다리는 봄은 기약이 없고

산촌의 짧은 해그림자 같은

그 노인이 사는 겨울 닮은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