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누구의 것인가요?”
이 질문은 단지 법적 소유권을 묻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누군가 몇 날 며칠 밤을 뒤척였는지, 이 한 문장을 만들기까지 어떤 감정을 지나왔는지를 묻는 말이다.
문득, 심리상담실에서 만난 한 청년이 떠오른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믿고 털어놓았지만, 어느 날 친구의 블로그에 자신의 아픈 경험이 그대로 올라온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름은 가려졌지만, 그가 쓴 표현, 사용한 단어, 회복의 과정은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마음도 공유 가능한 자료였나요?”
그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글을 쓴 사람은 좋은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을지도.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타인의 마음을 허락 없이 공개할 권리는 없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저작권'이란 단어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저작권을 ‘법’으로만 이해한다. 누가 먼저 썼는지, 출처를 밝혔는지, 상업적으로 이용했는지 따진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건 그보다 앞선 단계다.
"이 이야기는 누구의 마음에서 왔는가?"
저작권은 창작물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조각을 지키는 울타리다.
노래 한 곡, 시 한 편, 짧은 영상 하나에도 작가의 시간과 감정, 그리고 존재가 담겨 있다.
그래서 저작권을 지킨다는 건 단순히 ‘법을 따르는 행위’가 아니라, ‘존중의 태도’를 선택하는 일이다.
상담을 업으로 삼고 살아온 지난 20년 동안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자신의 실패, 아픔, 회복을 용기 내어 들려주었다. 어떤 이의 고백은 마치 시 한 편 같았고, 어떤 이의 말은 한 권의 자서전처럼 깊었다. 나는 그들이 들려준 말들을 내 안에 품고 상담실 문을 닫았다.
그 이야기를 외부로 가져가려 할 때면, 마음속에서 저작권이 묻는다.
“이건, 정말 너의 이야기인가?”
한 번은 초등학생 내담자가 말했다.
“선생님, 제가 말한 거,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요. 제 비밀이니까요.”
그 한마디가 저작권의 시작이었다. 이름도 법적 권리도 모르는 아이가 자신만의 이야기와 권리를 지키고 싶어 했던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창작자가 되는 시대다. SNS에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음성을 올린다. 공유와 복제는 빠르고 간편해졌지만, 그 속에서 ‘마음의 저작권’은 더 자주 침해된다. 단지 출처를 표기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 이야기를 나눠도 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저작권은 무언가를 금지하거나 통제하는 장벽이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창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안전망이다. 법적 보호가 명확할수록, 우리는 안심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허락 없이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는, 창작자의 영혼을 지켜주는 울타리다.
나는 오늘도 묻는다.
이 글을 다시 읽고 이 글을 응모하기 전,
“이건, 정말 내 이야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