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 자기성장 5편
그날도 한 여성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낯선 공간 앞에 선 그의 눈빛엔 두려움과 경계, 그리고 조심스러운 기대가 담겨 있었다.
나는 먼저 눈을 마주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그 인사 뒤에 자연스럽게 말을 건넨다.
“밖에 날씨가 많이 흐리네요. 오시는 길 괜찮으셨어요?”
사소해 보이지만, 그저 ‘상담을 시작하러 온 사람’이 아닌
하루를 살아내고 지금 이 자리에 온 한 사람으로 맞이하는 순간이다.
“길이 좀 막히셨죠? 원래 월요일 아침은 유난히 복잡하더라고요.”
내 말에 그 여성은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작은 미소 하나가, 내가 먼저 건넨 편안한 대화의 첫 응답이었다.
나는 상담 의자 옆에 놓아둔 따뜻한 차를 가리키며 말한다.
“따뜻한 차 한 잔 드시겠어요? 천천히 호흡 가다듬으셔도 괜찮아요.”
그제야 그녀는 어깨를 조금 내려놓는다.
긴장된 몸짓과 손끝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진다.
상담실의 첫 3분은 질문보다 안심을 주는 시간이다.
‘지금부터 내 문제를 잘 설명해야 해’라는 부담을 먼저 내려놓게 돕는다.
그 시작은 언제나 말보다 분위기다.
나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고, 상대의 숨소리와 눈빛에 귀 기울인다.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았던 마음”이
조금씩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내가 먼저 그 사람의 지금에 집중한다.
이곳에 오기까지 얼마나 망설였을까.
내방과 일상의 경계, 감정의 문턱을 넘는 일은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먼저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화려한 질문이나 기술보다, 조용한 배려와 기다림으로
그 사람의 말 없는 말을 먼저 듣는다.
이 짧은 3분 안에
“이곳에서는 어떤 말도 괜찮구나”
하는 신뢰의 씨앗이 심어진다.
어떤 내담자는 말한다.
“상담이 처음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어요.”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되묻는다.
‘내가 먼저, 그 사람보다 먼저 그 마음을 알아보았을까.’
상담은 결국,
사람을 믿는 일이다.
상대가 아직 자신의 감정을 다 꺼내지 않았더라도,
그 마음 안에 ‘말할 준비’를 믿고 기다리는 일.
그 시작은,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그 한마디로도 충분하다.
상담은 문제가 초점이 아니다.
문제였던 것들이 문제 없음을 알아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