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현 자작시 #25
삼복더위를 계곡에 내려놓는 중이다
두발은 어느새 뿌리가 되어
뇌간 망양체에 물줄기를 댄다
발 위에서 놀던 물고기를 따라가다 다슬기를 본다
다슬기를 숨겨준 바위를 싸고도는 물이랑을 본다
나뭇잎들이 쏟아지는 햇살을 막아서며 나를 본다
가끔 바람이 손 흔들며 지나는 것도 본다
떠밀려가는 구름의 뒷걸음질도 본다
구름 사이로 안보는 척 엿보는 하늘이 발아래 있다
다리를 감싸며 물이 줄을 긋는다
줄은 물을 빨아올리는 대롱이 되고
물대롱은 대지의 뿌리가 되고
뿌리는 또 다른 물의 길이 된다
물은 흐르면서 줄을 긋고
줄은 뿌리를 뻗어간다
더위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