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노트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연재

5편 "남편은 왜 감정을 표현하지 않을까요?"

by 다정다감 전수현

"남편은 왜 감정을 표현하지 않을까요?"

–‘무표현의 부부’가 괜찮아지는 이야기





“선생님, 남편은 진짜 감정이 없나 봐요.

속상한 일 있어도 말을 안 해요.

저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고…

대화는 있는데, ‘나눔’은 없어요.”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상대의 ‘말 없음’이 서운함을 넘어서

어느새 ‘정서적 고립’이 된다.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정말 나와 살고 있는 게 맞는 걸까?”

그 침묵 속에서 한쪽은 점점 지쳐간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감정 표현을 못 배운 것


우리는 종종

‘말하지 않는 사람’을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여긴다.


그러나 상담실에서는 오히려 반대다.

감정이 깊고 예민하기 때문에 어떤 말로도 그것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고 느낀다.

특히 남편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


어릴 적부터

“남자는 울지 마.”

“힘들어도 참아야지.”

“감정은 사적인 거야.”

라는 말을 듣고 자란 세대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그저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아내의 외로움은 ‘감정 표현’이 아닌 ‘정서 연결감’을 원한다

“그래도 뭔가 좀 말은 해줬으면 좋겠어요.

이런 일 있었고, 이런 기분이었고…

그냥 나한테 마음이 있구나 느껴지면 되거든요.”

이 말의 핵심은 말을 잘하라는 게 아니라,

감정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감정 표현은 ‘언어 능력’이 아니라

‘정서 신호’를 주고받는 일이다.

표현이 부족해도 괜찮다.

다만, 느낌을 무시하거나 피하면

서로는 점점 멀어진다.


‘나는 표현하고 싶은데, 당신은 왜 몰라줘?’


문제는 이 지점에서 생긴다.

한 사람은

“왜 아무 말이 없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라고 다가가지만,

다른 한 사람은

“뭐라고 말해야 하지…”

“괜히 꺼냈다가 상처 줄까 봐…”

하고 뒤로 물러선다.


이렇게 표현을 원하는 쪽과, 두려워하는 쪽이 만나면 대화는 늘 어긋나게 된다.

말이 없다고 사랑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표현의 언어가 다를 뿐이다.

감정 표현은 신뢰에서 자란다





상담실에서 남편에게 물었다.


“왜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으세요?”

그는 천천히 말했다.

“사실… 감정을 말하면 내가 더 작아질까 봐 무서워요. 괜히 약한 사람 되는 느낌도 들고요.”

그 순간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런 마음이었구나… 몰랐어요.”

이렇게 감정이 오가는 순간, 비로소 둘 사이의 정서적 연결이 시작된다.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말을 이끌어내려 애쓰기보다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마련하자.

• “내가 궁금해. 천천히 말해줘도 돼.”

• “지금 말하지 않아도, 당신 마음 기다릴게.”

• “괜찮아질 때까지 곁에 있을게.”


부부 관계는

표현을 훈련하는 관계가 아니라,

표현을 허락하는 관계다.






오늘의 마음노트


•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감정은 존재한다.”


• “표현하지 않는 사람에겐 표현이 두려운 이유가 있다.”


• “말을 이끌어내는 기술보다, 마음을 기다리는 태도가 중요하다.”


• “부부 사이의 정서 연결은 표현보다 ‘존재 인정’에서 시작된다.”


• “말이 없어도, 사랑은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다음 편 예고:

6편. “딸아이가 친구 관계로 힘들어해요”

– 또래 관계, 감정 조절, 자기 보호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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