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현 자작시 #35
내가 어릴 적 기억에 아버지는
아침마다 화투로 하루를 점치셨다
윗목에 밀어놓았던 국방색 담요를 펴고
잘 섞은 후 날짜만큼 쳐서 정성껏 패를 놓았다
무한궤도에 올라탄 농부의 일상이
늘 평행선만 달리는 기찻길 같아서
뫼비우스띠가 도는 교차점 어딘가에
빈틈을 기대하며 일탈을 꿈꾸셨는지 모른다
나도 기분이 물먹은 솜같이 무거운 날
아버지가 두던 화투점을 기억하며 쳐본다
도돌이표 일상에 일탈을 꿈꾸며 화투 패를 놓고
다람쥐 채바퀴도는 어디쯤 틈이 있는지 찾는다
어릴 때 아버지 마음을 이제 알겠다
그 맘이 내 맘이라고 아버지가 등뒤에서 웃는다.
ㅡ전수현 시인 3집 《쉼을 배우다》 103p
아버지 기일이 되니 더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