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또 과거로(착한아들의 상처)

by 글씨가안엉망

그렇게 지내온 시간은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나에게 착한아들이라는 족쇄를 채워버렸다.

어느 정도 공부도 잘하고 반항이라는건 꿈도 못꾸고,

시키는 것은 다하고

옷이나 신발은 동네에서 물려입는 문화라는 핑계로

맞지도 않는 옷과 커서 벗겨지는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

최소한 발에 딱 맞는 브랜드 운동화라도

한번 신고 다녀봤으면 좋았겠지만

입는 옷과 신는 신발은 항상 누군가의 발에서

역할을 다하고 나에게 넘어온 것이기에

같은반 또래 아이들과도 함께하기에 눈치가 보여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그때 내 희망사항 중 하나가 브랜드 있는

새 운동화를 신어보는 것이었다.


운동회를 하면 항상 달리기는 꼴등이다.

신발이 맞은 적이 없으니 잘 달릴턱이 만무했다.

뭐..원래 허약체질이라 체육과는 거리가 멀기도 했다.

꼴등한 날은 분위기가 좋다.

어머니 아버지가 나의 달리기 꼴등을 이 야기하며 웃어대니까.

그래도 화내지는 않으니까.

이 때부터 누군가 나를 부르거나, 무언가를 시키거나 하게되면

심장이 두근두근, 긴장하고,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만을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떻게든 체육시간에는 뒤로 빠져 안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아프면 어떻게든 학교를 안가려고 했다.

그때는 긴장해서 그렇다고 생각했고

물론 집안 식구들은 나의 이런 감정적 변화는

알아챌 만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부터 나는 기대와 희망이라는 고통 대신에

절망과 포기라는 달콤한 암브로시아를 찾게 되었던 것 같다.

굉장히 빠른 나이에 얻은 깨달음이랄까

아니면 나를 방어하기 위한 나도모르는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할까..


절망과 포기는 즉시 내 감정을 진정시켜주었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도 무감각해지게 만드는 묘약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지금까지 생각의 방향에

영향을 주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과 무기력한 생각 때문에,

어떤 상황 때문에 내 상황이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전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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