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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시작된 시간

by 글씨가 엉망

대학교 3,4학년은 더욱 어려워진 가계상황이

여전히 무언가를 꿈꾸고 나아가는 생활을 하기에는 무리였다.

오로지 빨리 졸업하고 취업하는 것이 목표였으며,

학자금 대출을 받고 학생이면서 채무자의 시기가 시작되었다.


고학년이 될 수록 학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커지기만하고,

오로지 취업...닥치는 대로 입사공고가 나오는데로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신문 돌리듯이 돌렸다.

정말 취업이 안되는 백수시절은 정말 절망이었다.

다들 어떻게 취업하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해를 넘기지 않고 취업을 하게 되었고

학자금 대출 청산을 위한 채무자 탈출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부지런히 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출을 다 갚고나니

아~~ 이제는 나한테도 선물을 좀 줘볼까 ? ^^

하는 즐거운 생각을 하며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부모님이 하시던 가게가 결국 망함....

그나마 있던 임대집 생활도 못하고

가게에서 먹고자고 하며 겨우 버티고 계시다는 소식...

하...ㅠ ㅠ거기다 동생까지 가게생활을 ...

솔직히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사람마다 어려운 일이 다 있고 버티고 극복하며 살아가는데

그런데 이렇게 인생 내내 그럴 수도 있을까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결국 대출을 다시 받아야 했고 그 돈으로 작은 집이라도 구해야 했고,

또 다시 시작된 채무자 생활... 나는 은행에 돈 주려고 돈을 벌고 있구나...

ㅋㅋ 자조 섞인 웃음이 자주 났다.

학자금 대출과는 다른 규모의 대출이어서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보다는 스쳐가는 돈이었다.


그때부터 누르고 있던 마음의 병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나름대로 다시 재기를 위하여 노력하고 계셨지만 역부족이었고,

나는 그때부터 우울과 불면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걱정거리가 많고 젊으니 털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병원을 다니면서 돈을 쓸 생각은 솔직히 조금은 사치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음....이런 상황을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잠식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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