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by 글씨가안엉망

“그리움은 추억의 전리품이다”

라는 문장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정확한 출처는 흐릿하지만,

그 문장이 남긴 울림만큼은 여전히 또렷하다.

전리품이라는 표현은 어쩐지 아이러니하다.

전쟁의 끝에 남는 것은 상처와 폐허일 텐데,

그 속에서 건져 올린 무언가를 우리는 ‘그리움’이라 부르고 있는 셈이니까.


그리움은 우리가 느끼는 감성적 감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감성적 감정은 그리움, 후회, 고통 그리고

권태와 같은 감정이 차지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감정은 늘 밝은 색으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았다.

즐거움과 여유는 분명 존재했지만,

그것들은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엔 너무 짧고 가벼웠다.

오히려 오래 머무는 감정은 그리움, 후회, 고통,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권태 같은 것들이었다.

우리는 그런 감정들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고,

때로는 그 무게에 짓눌리기도 한다.


그 가운데서도 그리움은 조금 다른 결을 지닌다.

후회가 과거를 향한 자책이라면, 고통이 현재의 상처라면,

그리움은 그 모든 시간을 감싸 안으면서도

어딘가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결핍의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한때 존재했던 소중함을 증명하는 흔적에 가깝다.


그리움은 결코 아무 데서나 생겨나지 않는다.

그것은 반드시 ‘추억’이라는 재료를 필요로 한다.

함께 웃었던 순간, 아무 의미 없어 보였던 대화,

스쳐 지나간 계절의 공기까지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하나의 장면으로 응축되어 마음속에 남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때 비로소 그리움은 형체를 갖는다.


어쩌면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 시간, 감정, 혹은 그 시절의 나 자신까지도.

그러나 그 상실의 자리마다 남겨진 것이 바로 그리움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증거일 것이다.

전리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

치열하게 지나온 시간 끝에, 우리는 결국 그리움을 손에 쥐게 되니까.


그것은 아프지만 동시에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이기도 하다.

지나간 것을 다시 붙잡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기억하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여전히 그 시간과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연결이 끊어지지 않는 한,

우리의 삶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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