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by 글씨가안엉망


회사에서 주로 쓰는 것은 처방전(?)이다.

어떤 일에 대한 조치와 계획에 대한 처방전.

처방전을 쓰는 것은 쉽지만,

그 처방에 대해서 사람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렵다.

누군가를 이해시킨다는 것은,

그 누군가를 이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쓰고 있는 이 수많은 처방전들이 과연 ‘문제 해결’의 도구인지,

아니면 단지 나에 대한 ‘안심’의 도구인지...


문서 위에 정리된 문장들은 문제의 원인, 해결 방안,

기대 효과까지 쓰고나면 그럴 듯한 결과물이 완성된다.

하지만 그 문서를 받아드는 사람의 반응은 모두 다르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고, 아무 말 없이 넘겨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처방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적혀 있지만,

그 내용을 듣고 보는 사람들은 ‘왜 해야 하는지’에 관심이 더 많다.


그 ‘왜’는 단순한 논리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경험, 수 많은 감정들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상상하게 만든다.

나는 그것에 대한 답을 알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같은 문장을 읽고도 각자의 이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이 처방전은 쓰기 쉽지만 이해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는 아무리 완벽한 처방전을 내놓아도

그것은 무의미한 종이와 글자에 불과 할 수도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그대로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가 가져온 조급증을 버리고 조금은 느리게 그리고

조용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은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한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러나 느리고 기다려야 하는 그 과정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그렇게 쉽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처방전을 쓰기 전에 한 가지를 먼저 생각하려 한다.
‘이 문서를 읽게 될 사람은 누구인가?’

그때의 처방전은 더 이상 일방적인 지시나 보고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계획에 가까워진다.

어쩌면 우리가 회사에서 진짜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완벽한 처방전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노력 위에서 쓰인 문장들만이,

비로소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속편한 소리를 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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