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사람 #02
그릇이 깨지던 날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아버지의 손찌검과 고함 그리고 물건들이 벽에 부딪쳐
부서지고 난 후 한차례 고요가 찾아왔다. 고요가 주는 두려움은 고함과 손찌검보다 더크게 느껴졌다.
그런 두려움이라도 없애려는 듯 조용한 부엌에서는 그릇들이 하나씩, 마치 줄이라도 선 듯, 요란한 소리로 하나씩 하나씩 바닥에 부딪히며 깨지고 있었다.
이번엔 어머니였다.
“씨발.....씨발.......”
나즈막한 읊조림... 무서움도 분노도 아닌 그저 무기력한 읊조림이었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린 채, 손에 잡히는 그릇들을 바닥에 던지며 울분과 무기력을 토해내고 있었다.
어린 나는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때는 그저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무서움보다 더 깊은 어떤 다른 감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를 다 버리고 가버리는 건 아닐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엄마를 따라 가야겠지'
여러생각들이 지나갔던 것 같다. 아마도 우리가 보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기력한 분노는 눈을 감게 만들었다. 보이지 않아야 무기력한 자신을 감출수 있다는 듯 내가 있는 쪽으로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 날 이후, 나는 한 동안 그 좁은 5mm 문틈 밖의 세상으로 감정을 넘기지 못했다.
그저 문틈 뒤의 안전지대에서 딱 문틈만큼의 최소한의 감정으로만 하루 하루를 버텨냈던 것 같다.
분노보다 힘든 감정은 무기력 이었다. 어떤 것도 할 수도.. 할 생각도 못하게 만들며 환경이 주는 감정에 휩쓸려 살아내는데 모든 에너지를 소진시키며 버텨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