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사람 #03
혼자 가던 병원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라 불린다) 시절, 나는 유난히 병약한 아이였다.
몸은 작았고, 감기와 열병은 계절을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또래보다 일찍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병원을 자주 드나들수록
아버지의 어머니에 대한 화풀이는 더해만 갔다. 내가 아플 때마다 나는 아픔보다
무서움이 더 크게 느껴졌었다.
봄.가을 소풍도, 온동네 잔치였던 운동회도 같이 하지 못한 날도 많았다. 아니 오히려 같이 하지 못하는게 더 나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누구도 즐거워하지 않는 잔치는 안가느니만 못하니까....
그리고 이상하게도 병원은 대부분 혼자서 갔던 기억밖에 없다. 아버지는 같이 병원에 간 기억이 거의 없다. 어머니와 같이 갈 때도 있었지만, 혼자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날이 더 많았다. 왜 혼자 갔어야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그냥 원래부터 혼자 갔었던 것 같다.
천식이 있었던 나는 감기나 열병이 들어 천식으로 누워자기가 힘들면 혼자 벽에
기대어 앉아있곤 했다. 그럴때면 너무 조용한 집안에 천식으로 거친 숨소리만
집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집이 이렇게 조용할 때면 두려움을 먼저 떠오르게 했던 상황들이 기억나곤 했다. 잠자는 가족들을 깨울 수가 없어 조용조용히 숨쉬며 벽에 기대어
빨리 아침이 와서 병원에 갈 수 있기만을 기다렸었다.
아침이 되면 조금은 잦아드는 기침과 거친숨소리지만 얼른 병원으로 간다. 더 심해졌다가는 어떤 상황이 될지 뻔히 예상이 되었기에...
병원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물어왔다.
“혼자 왔니?”
“네...........”
“엄마는?”
“..............”
묻고 답하기가 정말 귀찮았다. 몸도 아파서 힘든데 자꾸 말까지 시키니 더 힘들었다.그냥 혼자 다니는 걸 보면 혼자왔겠거니 하면 될 일을 대답할 때까지 물어보면 그냥 귀찮은 듯이 말을 뱉어 냈다.
“엄마는 좀 이따 여기로 오기로 했어요”
마침 진료순서가 되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거짓말은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의사선생님과는 많이 친해져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척하면 알고계신다.
주사도 잘 맞는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그 때마침 주사실에서 엄마손을 잡고 떼쓰며 나오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낯설었다. 아주 낯설었다.
전혀 내 모습과 오버랩이 되지 않았다. 그냥 혼자 씩씩한 척 주사를 맞고 나오는 내모습이 훨씬 익숙했다.
익숙한 고통이 낯설은 즐거움보다 편안함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떄부터 알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