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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종식 그 다음은?

섀무얼 헌팅턴

by 글씨가 엉망

냉전시대의 종식은 끝남이 아닌 또 다른 갈등이 필요한(?) 시기였다.


샤무엘 헌팅턴은 이렇게 주장했다.


"냉전의 종식과 함께 갈등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문명과 문화의 차이에 기반하여

문명간의 충돌이 국제정치의 화두가 될 것이다."


그는 인류가 이념 대립을 벗어난 뒤에도

여전히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보았다.

헌팅턴의 관점에서 그 갈등의 원인은

종교적·문화적·지리적 차이에 기초한 ‘문명의 차이’였다.

하지만 그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몇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종교를 문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화를 문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문명의 발상지에 대한 지리적 차이를 문명의 차이라 말 할 수 있을까?

문명의 사전적 의미는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물질적, 기술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이라고 정의되어 진다.

그 정의에 따르면 문명은 단순히 가치나 신앙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생활양식 전체를 포괄하는 구조다.

물론 종교는 문명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그것은 문명의 기원이 아니라, 문명이 어느 정도

성숙한 이후에 등장한 산물이었다.

문명 이전의 신앙은 주로 자연 숭배나 토테미즘 형태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종교 간의 충돌이 문명의 전환점을 이끌 만큼

결정적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이 지점에서 헌팅턴의 ‘문명’ 개념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며,

종교나 문화만으로는 그 충돌의 본질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따라서 문명의 충돌을 인류사적 변화,

즉 경제·사회 구조의 변화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갈등의 중심에 있는 문명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는 ‘문명의 충돌’을 경제적·사회적 구조의

충돌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문명은 가치의 총합으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가 구현되는 물질적 기반이다.


생산과 분배, 소유와 통제의 방식이 달라질 때,

그 사회의 문화와 종교, 세계관 역시 재편된다.

결국 문명 간의 갈등이란 서로 다른 삶의 구조 즉

다른 경제적 토대와 사회적 질서의 충돌이라 할 수 있다.


문명의 충돌은 결국 인류사에서 보았을 때

문명의 변천과정(발전 혹은 후퇴)에서의 갈등이 되는 것이며,

그에 대한 결과로 종교간, 지역간의 갈등을 촉발 할 수도 있다.

또는 문명 간 갈등은 외견상 정체성과 문화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지금의 시대에서 그 이면에는

자원의 분배, 시장의 점유, 자본의 이동이라는

실질적 동기가 작용한다라고 생각이 된다.


이유는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는

시대의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절대적인 정체성이 없는

자본과 시장은 충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시대에 와서 그 동인이 되는 것은 부정 할 수 없다.

결국 충돌의 본질은 ‘누가 무엇을 믿는가’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통제하는가’의 문제다.


정체성을 지키려는 문명의 외피 뒤에는 언제나

자본의 이동과 시장의 재편이라는

현실적 동인이 숨어 있다.


문명의 뒤에서 철학적, 사상적인 충돌거리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잘못 생각 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나의 뇌피셜이다.........


하지만 냉전 이후의 세계가 여전히

충돌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아직 ‘무엇을 믿는가’보다

‘무엇을 소유하는가’에 더 민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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