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음식 이야기 2편 피시앤칩스

영국을 대표하는, 전쟁까지 불사한 그 요리!

by 기린이아빠

영국 음식이 형편없다는 것은 거의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밈이다. (개인적으로는 반대한다.) 하지만 지난 편에서 소개한 선데이로스트와 더불어 영국 음식의 대표주자인 피시앤칩스는 그 밈, 편견을 바꾸기에 충분한 음식이다. 물론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라는 말처럼 세상에 맛없는 튀김이 있을까 하지만 생선, 타르타르, 감자튀김, 완두콩을 비롯한 채소구이는 무난하면서도 알 수 없는 중독성이 강한 조합이자 맛이다. 만약 여기에 청량감이 가득한 라거 맥주까지 곁들인다면 고난했던 하루를 보상받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영국의 학교에서는 금요일 점심으로 피시앤칩스를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도 매주 금요일 점심은 피시앤칩스였다. 그리고 동료 학생들도 수업이 일찍 끝나도 1~2시간 기다렸다가 피시앤칩스를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들에게는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보였다.

KakaoTalk_20251028_194845721_03.jpg 학교에서 제공하는 피시앤칩스


하지만 영국 물가, 특히 런던 물가를 고려하면 그다지 끌리는 음식은 아니다. 간단한 조합이면서도 서비스 차지까지 더해 15파운드 (약 28,000원)를 줘야 했는데 아무리 영국 물가가 비싸다고 해도 고개가 갸우뚱하는 가격이다. 다행히 학교에서는 음료까지 약 5파운드 (약 8,000원)에 먹을 수 있어 매주 금요일이면 가족까지 학교로 불러서 피시앤칩스를 먹고는 했다. 영국 문화를 최대한 즐기고 싶었던 우리 가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추억을 안겨준 음식이다.


부제에서 밝힌 것처럼 피시앤칩스는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의 갈등 '대구 전쟁'으로도 이어진다. 물론 영국인들이 피시앤칩스 때문에 아이슬란드와 전쟁을 했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약간의 농담을 섞어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표현은 전쟁, Cod War, 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어업을 둘러싼 충돌정도의 성격이었다. 이에 대해 영국에서 유학할 때 친구들끼리 대구 전쟁은 민주주의 국가끼리 치른 유일한 전쟁이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자면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마이클 도일은 칸트의 영구 평화론에 입각하여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민주평화론을 주장했다.


오늘은 피시앤칩스라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메인이기에 대구 전쟁을 자세하게 다룰 것은 아니지만 대구 전쟁도 굉장히 흥미로운 역사의 한 장면이다. 약소국인 아이슬란드가 어떤 방법과 수단으로 강대국 영국을 상대로 협상에서 승리했는지를 지켜보면 우리에게 전해주는 교훈도 많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피시앤칩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서민들의 단백질과 열량 공급원으로 활약한 대표적인 음식이다. 따라서 같은 NATO 회원국인 아이슬란드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도 영국이 조업권을 유지하려고 했었다. 비록 그 노력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피시앤칩스를 먹으며 이런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알면 더 바삭하고 맛있는 피시앤칩스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아! 그리고 피시앤칩스를 먹을 때는 바삭한 튀김옷과 생각보다 뜨거운 생선살에 입천장이 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KakaoTalk_20251028_194845721_04.jpg 런던에서 방문한 피시앤칩스 맛집. 화이트와인을 곁들어도 좋다.


매우 아쉽지만 맛을 우리가 모두 아는 그 맛, 바로 생선튀김 맛이다. 사실 어떤 특별한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식초와 소금을 조금 뿌려서 먹는다면 우리나라에서 먹는 생선튀김과는 다른 맛으로 즐겨볼 수 있다. 그리고 브라이튼 (Brighton)과 같은 바다 근처 도시에 가면 해변에서 피시앤칩스를 먹을 수 있는데 이때 포장으로 주문하면 신문지로 멋들어지게 포장하여 주고는 한다. 이걸 들고 모래사장 혹은 의자에 앉아서 먹으면 바닷바람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피시앤칩스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이때는 갈매기를 매우 조심해야 한다. 자칫 방심하면 갈매기에게 음식을 빼앗길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칩스 (감자튀김)는 갈매기에게 조금 나눠주고 생선튀김은 내가 다 먹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고수레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끔 힘들 때는 매주 금요일에 가족과 함께 먹었던 피시앤칩스를 기억하며 버티고는 한다. 나의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의미와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Written by 기린이아빠.

작가의 이전글영국 음식 이야기 1편 선데이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