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장 없는 게 서러웠던 시절

''늦었다''는 말보다 ''지금이라도''를 선택했다

by 주방 이모

4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중간고사 준비에 매달리다 보니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늦은 나이에 시험공부를 해보니, 머리도 몸도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낸다.

인공지능융합학과를 선택했을 때만 해도,
설렘이 더 컸다.
배우겠다는 의지 하나로 시작했지만, 막상 강의를 듣기 시작하니 후회의 마음이 조금씩 스며들었다.

모르는 영어 단어들, 이해조차 되지 않는 낯선 전문 용어들. 매 수업마다 마치 외국 땅에 홀로 던져진 기분이었다.
듣다가 멍해지고, 문제를 풀다가 좌절하는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도 순간순간 생각했다.
"이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지금 이 나이에, 졸업장이 무슨 소용이람…"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 깊게 자리한 과거가 있었다.
졸업장 하나 없다는 서러움.
어릴 적, 가정형편으로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던 기억. 늘 마음속에 남아 있던 작은 한(恨)이었다.

이제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포기한다면 또다시 내 인생을 외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차피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자."
비록 속도는 느리고, 과정은 고되더라도
졸업장을 손에 쥘 때까지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그 나이에 졸업장 받아서 뭐 하냐, 취직도 못할 텐데."
"딸이나 대학 보내지, 뭘 그렇게 욕심부리냐."

맞는 말이다.
졸업장이 있다고 해서 갑자기 세상이 나를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60이 넘은 나이에 취직문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나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배워야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온라인 세상에 뛰어들면서, 참 많은 설움을 겪었다.
강의 신청할 때는 하늘에 달도 따줄 것처럼 말하지만, 입금이 끝나고 나면 말 바꾸는 세상.
나이 들었다고, 컴퓨터 모른다고
우습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나가 배우고, 내가 알아서,
나 같은 사람을 도와주자.
그 마음으로 이 길을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어렵고, 버겁고, 때로는 창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 수십 번을 시도하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중간고사 마지막 리포트는 몇 번을 해도 제출이 안 됐다. 결국 노트북을 들고 출근해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제출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나만의 시험 철칙도 생겼다.
낮 시간에 시험 보기.
노트북이 고장 나면 시험 자체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낮에 시험을 치른다.
시험 마지막 날까지 미루지 않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지금 나는 국가장학금을 받고 공부하고 있다.
형편이 넉넉지 않기에, 반드시 평균 이상의 점수를 유지해야 한다.
덕분에 더 치열하게, 더 간절하게 공부한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공부하고,
졸업장까지 받을 수 있는 기회.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어디 있을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제 겨우 중간고사를 넘겼을 뿐이다.
곧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또다시 반복되는 시험과 과제의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시작이 반이고, 꾸준함이 답이라는 것을 안다

늦게라도 배우기로 결심한 내 자신을 위해,
그리고 언젠가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중간고사#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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