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

피어날 땐 몰랐다

by 주방 이모



걷다가 우연히, 자줏빛 꽃잎들이 바닥에
고요히 누워 있는 걸 보았다.
하나같이 모두 땅을 바라보며 조용히 누워 있었다.
처음엔 그저 떨어진 꽃이구나 싶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왜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을까?

그 순간, 오래전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그럼 꽃은 어떨까?
꽃은 피어날 땐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가,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겸손을 배우는 걸까?

가만히 서서 작은 꽃잎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생각해 보니, 나도 그랬다.
한창 피어 있을 땐
겸손이란 걸 잊고 살았다.

가진 게 없던 시절,
사람들은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라”라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나보다 높은 사람들에게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직원들을 위해 늘 성과를 내야 했고,
나의 실력이 있어야 인정받는다고 믿었다.
앞서가야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지치고, 상처받고, 꺾일 때마다 깨달았다.

화려했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고,
진짜 빛나는 건
그 순간을 어떻게 내려놓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지금 나는,
떨어진 꽃잎 하나에게 배운다.
화려함보다 단정함을,
높은 자리보다 낮은 시선을.
작은 몸짓 안에 담긴 깊이를.

‘고운 건, 마지막까지 고와야 해.’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나는 어떻게 지고,
어떻게 남을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꽃처럼 살아도
꽃처럼 질 줄은 몰랐던 나.
이제는 지는 법도 배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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