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시원한 옷

예쁘게 입고 싶은 마음보다 중요한 단 하나

by 주방 이모

64살 나는 매일 주방에서 10시간 이상을 보냅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처음 주방에 섰을 땐 정말 힘들었어요.

겨울엔 손이 트고, 여름이면 주방 온도는 38도까지 치솟습니다.

그 속에서 하루를 버티려면, 몸도 마음도 단단해야 해요.


주방 설거지 언니는

뜨거운 물과 식기세척기 열기 속에서 일하시기에

선풍기 두 대, 에어컨까지 있지만

그 공간조차도 후끈후끈합니다.




하지만 제가 일하는 메인 쪽엔 선풍기가 없습니다.

바람이 불면 음식이 마르고,

불꽃이 흔들려서 국물 하나, 볶음 하나 제대로 안 되는 날이 많거든요.

그래서 저는 여름에도 땀 흘리며, 선풍기 없이 일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버티세요?”

많이들 물어보시는데요,

저만의 비법이 하나 있어요.

바로 세상에서 제일 시원한 옷을 입는 것입니다.


여름이 되면 저는

통기성 좋은 얇은 옷, 땀을 잘 흡수하는 천,

움직임에 방해되지 않는 디자인을 고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직 ‘일’을 위한 옷이죠.


사실 저도 예쁘게 입고 싶어요.

화장도 하고, 예쁜 앞치마도 두르고,

멋진 유니폼도 입고 싶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주방에선 예쁨보다 편안함과 집중이 더 중요합니다.


우리 주방엔 설거지 언니 한 분과 저, 단 두 명뿐.

그 많은 메뉴를 혼자 해내려면,

조금의 불편함도 바로 음식에 영향을 미쳐요.



오늘은 옷을 잘못 입고 나왔습니다.

땀이 줄줄 흐르고, 옷이 몸에 들러붙고,

기운도 더 쉽게 빠졌어요.

그래서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옷, 그게 가장 예쁜 옷이다.


한여름이면 저는

발에 찬물을 뿌려가며 일합니다.

화구 앞에 서 있으면 얼굴은 빨간 사과처럼 달아오르고

온몸은 땀에 흠뻑 젖지만,

통기성 좋은 옷 하나면 숨 쉴 틈이 생깁니다.


요즘은 이런 생각도 자주 해요.

‘시니어 전용 주방복이나 운동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 들수록 복부나 팔, 허벅지 라인이 달라지잖아요.

딱 붙는 옷은 오히려 불편하고, 자신감도 떨어지고요.

언젠가는 꼭 그런 옷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주방에서, 운동장에서, 시니어들이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에도

무더운 주방 안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신

모든 주방 가족들께 진심으로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오늘도 잘 버텼어. 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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