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세, 나의 2막 인생은 지금부터다
긴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오가며 종아리는 단단히 굳어가고, 발가락 끝은 마치 돌 하나를 달아놓은 듯 무거워졌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한 걸음 한 걸음이 고통과의 싸움이었지만, 결국 나는 도착 지점을 밟았다.
그 순간, 온몸에 새로운 에너지가 확 밀려왔다. 지금까지의 피로가 성취감으로 바뀌는 찰나였다.
"나도 해냈다! 해냈어!"
두 팔을 번쩍 들고 춤을 추듯 엉덩이를 실룩실룩거리며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용기와 소속감이 된 메달
한 손에 쥐어진 10km 메달은 내게 단순한 금속 조각이 아니었다.
앞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갈 '용기'였고, 나 혼자가 아니라는 '소속감'이었다.
큰 고무통에 담긴 얼음물에서 꺼낸 생수 한 병을 건네며 "대단하세요!" 외치던 봉사자님의 말 한마디에 또 한 번 가슴이 뜨거워졌다.
따뜻한 회복의 시간
동호회 캠프 쪽으로 가자 회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털썩 주저앉아 뜨거워진 발을 식히기 위해 양말을 벗고, 남은 얼음물을 발등 위에 쏟아냈다. 불이 난 듯 타오르던 발이 서서히 진정되었다.
점심 식사 자리로 이동하니 이미 자리는 꽉 차 있었다.
겨우 비집고 들어가 앉은자리에 송어회 한 점이 올라왔다.
땀 흘린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감칠맛.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회원분들이 종이컵에 따라준 맥주 한 잔을 건넸다. 땀이 식어가며 온몸이 나른해졌지만, 마음만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오지랖이라는 선물
비회원 자격으로 합석한 부산 분께서도 송어회를 맛보며 "음~ 음~" 감탄을 멈추지 않으셨다.
그 모습을 보며 '오늘 이 선택, 잘했다' 싶었다.
내가 사진을 찍어드린 회원이 다가와 "그분 누구세요?" 묻기에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언니, 진짜 오지랖퍼네요~"라며 웃는다.
맞다. 나는 오지랖퍼다.
혼자 온 분이 혼자 밥 먹는 게 싫을 것 같아 "같이 가요. 회비는 제가 낼게요."라고 말을 건넸다.
그분과는 금세 '언니, 동생'이 되어 커피 한 잔 마시며 인생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인연이 참 소중했다. 사실 나도 혼자 대회에 참가하며 '밥 한 끼 나눌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오늘 내 제안은 과거의 내 바람이 이뤄진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돌아오는 길, 지친 몸을 이끌고 전철역에 앉았다.
조는 사이에 전철을 놓칠 뻔했고, 겨우 눈을 부릅뜨고 일어났다. 무거운 배낭을 발 밑에 끼고 서서 내릴 정거장을 기다렸다.
그 순간,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하지만 나는 안다. 누가 시켰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간절함, 나 스스로 단단해지기 위한 선택이었다.
씨앗을 뿌리는 이유
나는 지금도 씨앗을 뿌리는 중이다.
정신이 무너지고, 건강이 흔들리면 겨우 뿌려둔 씨앗도 죽는다. 좋은 씨앗을 찾아 세상을 뒤집어서라도 이모작 인생에 성공하고 싶은 갈망이 크기에 나는 스스로를 단련한다.
나에게는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성장시켜주고 싶은 파트너들이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 꼭 만들고 싶은 청소년을 위한 '부자학교'도 있다.
그걸 해내려면 좋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는 자연에서, 운동에서 온다.
새로운 시작점
10km 완주는 단순한 레이스의 끝이 아니라 '내 인생 2막의 시작'이었다.
64세, 나는 아직도 성장 중이다.
-주방이모의 한 줄-
내가 달리는 이유는, 나를 위한 길이 누군가에게도 희망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